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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동 철거 사망사고는 ‘인재’…“계획보다 적재물 5배 높이 쌓아”

오경민 기자

광주 철거 참사 한 달여 전 서울 장위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노동자가 숨진 사고는 계획보다 5배 이상 높이 쌓은 폐기물이 원인으로 조사됐다. 또 계획보다 많은 중장비를 건물 위에 올려 작업하고, 건물의 부실 상태를 파악하고도 안전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철거업체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라는 것이다.

13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제출받은 ‘장위10구역 철거 붕괴 사고 재해조사의견서’를 보면, 철거공사 전 실시된 구조안전성 검토서는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콘크리트 폐기물을 최대 0.7m까지 쌓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업체도 ‘상층부(지붕층, 지상 9~5층) 작업계획서’에 0.8m까지만 적재물을 쌓겠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실제 공사 때 작업계획서에 기재한 것보다 5배 이상 높이 적재물을 쌓았다. 공단 측은 “폐기물 적재 높이에 개의치 않고 슬라브상에 더 이상 쌓을 수 없을 만큼 최대한 (폐기물을) 적재했다”고 밝혔다. 재해조사의견서에 첨부된 당시 폐쇄회로(CC)TV 사진을 보면 업체가 3층에 4m 이상 폐기물을 쌓은 것이 육안으로 확인된다.

그나마 사고 발생 지점인 지상 3층 등 하층부에 대한 작업계획서는 작성하지도 않았다. 통상 철거는 위층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공사 기간 하중과 충격을 더 많이 받은 아래층의 붕괴 위험이 더 크다. 이 때문에 하층부 철거는 적재물을 덜 쌓고 수시로 적재물을 반출하는 등 상층부보다 엄격한 안전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전혀 지키지 않은 것이다.

철거업체가 작성한 작업계획서. 폐기물 적재 높이가 0.8m로 기재돼 있다.

철거업체가 작성한 작업계획서. 폐기물 적재 높이가 0.8m로 기재돼 있다.

지난 4월30일 붕괴 당시 CCTV 사진.

지난 4월30일 붕괴 당시 CCTV 사진.

업체는 당초 계획보다 3대 많은 굴착기를 건물 상부에 올려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계획서에는 굴착기 1대만 건물 위에 올리고, 나머지는 건물 외부 지상에 두겠다고 했지만 준수하지 않았다. 붕괴 발생 당일인 지난 4월30일 사진에서도 굴착기 2대가 건물 4층 슬라브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업체는 공사 당시 건물 내 철근이 예측한 것보다 부족한 것을 확인하고도 안전성 재검토를 하지 않았다. 구조안전성 검토는 건물 내 700×400㎜ 바닥재에 20개의 철근이 있는 것을 가정하고 이뤄졌다. 그러나 철거 현장 사진을 보면 해당 면적당 철근은 절반 수준인 10개만 확인된다. 공단은 “철거 공사를 진행하면서 철근 배근 위치가 일정하지 않은 등 최초 시공이 불량한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구조 계산 당시 가정치와 실제 건축물이 상이한 경우 재검토를 실시해야 하는데 업체 측은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30일 서울 장위동 철거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된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노동자 A씨에 대한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A씨가 있던 층 위인 4층에 굴착기 두 대가 올려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경민 기자.

지난 4월30일 서울 장위동 철거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된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노동자 A씨에 대한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A씨가 있던 층 위인 4층에 굴착기 두 대가 올려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경민 기자.

업체의 안전 조치 미비는 건물 붕괴와 노동자 사망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30일 철거공사 도중 건물이 붕괴해 지상 3층에서 작업을 하던 일용직 노동자 A씨가 지하 3층으로 추락해 숨졌다. 공단은 “철거폐기물과 작업 하중 등에 의해 지상 2층의 슬라브 등이 먼저 붕괴된 후 붕괴 충격 및 지지력 감소로 지상 3층 등 슬라브가 연달아 파괴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시공사 현장소장, 철거업체 현장관리사와 과장, 현장 감리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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