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마다 경찰은 “불법”…법원은 오락가락…시민사회 “금지가 능사 아니다”

오경민·민서영 기자

‘법 집행과 인식’ 간극 좁히기

코로나19 이후 ‘원천 금지’ 조치
법원 ‘허용·불허’ 오락가락 판단

시민사회, 자유·방역 ‘절충’ 역설
“허용하되 구체적 매뉴얼 있어야”
일부선 “질병 관리 난항” 우려도

집회라는 단어 앞에는 으레 ‘불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그 정도가 심해졌다.

경찰은 지난 7월3일 서울 도심에서 8000여명이 모인 노동자대회를 개최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이 광복절에 서울 광화문에서 연 집회도 경찰에 의해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됐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경찰도 ‘방역수칙 위반 시에만 해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비교적 온건한 기조였지만, 요즘 들어 서울 도심에서 개최되는 집회는 열리는 족족 집회·시위법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본래 집회는 경찰이 허가하거나 불허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헌법 제21조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집회·시위법도 해산된 정당과 관련한 집회나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 위협을 끼칠 게 명백한 집회만 금지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예컨대 시위 참가자 수 제한, 시위 대상과의 거리 제한, 시위 방법·시기·소요시간의 제한 등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 수단”이라는 판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집회는 원천 금지의 대상이 됐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근거로 집회를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제한한 인원 이상의 집회는 모두 금지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 집회는 “집회로 인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할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가, 2개월 뒤 개천절 집회는 “공중보건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며 1인 차량시위까지 불허했다. 올해 3·1절 자유대한호국단의 광화문 인근 집회는 참가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집회를 인정했다. 한 번은 집회 인원을 30명으로 줄이고, 모든 집회 참가자가 코로나19 음성 판정 결과서를 지참하는 조건으로 집회를 허용한 적도 있었다.

시민사회는 집회 금지를 만능으로 여기는 경찰과 지자체, 또 일관성 없는 판결을 내리는 법원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인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전광훈 집회든, 민주노총 집회든 둘 다 허용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어떤 집회를, 누가 하든 관계없이 집회·시위는 허용해야 한다”며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거나 거리 두기를 엄격히 적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집회가 가능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홍조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집회 전후 모여서 식사를 하거나 뒤풀이하는 것 등은 막을 수 있지만, 집회 자체가 문제라는 프레임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며 “무조건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다 보니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면서 오히려 거리 두기 같은 방역 수칙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과 집회의 조화를 꾀하는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은 집회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방역 수칙부터 확인하고, 집회 현장에서는 집회하는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거리 두기를 유지하도록 하며 주최 측과 원활히 소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매뉴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도 “사람이 얼마나 밀집해서 모이느냐,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느냐, 얼마나 장시간 같이 있느냐, 전후에 식사를 하느냐 등이 위험도를 높일 순 있겠지만 집회 자체가 위험도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감염의 위험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집회를 금지하는, 정부에만 편리한 방식으로 일상을 지속할 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수가 모이는 만큼 통제가 어려우니 집회 통제 완화를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백화점이나 식당에 가면 QR체크나 체온 체크를 할 수 있지만, 집회를 한다면 열린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명단 제출을 한다고 해도 모든 상황을 통제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재난 상황 속에서 아무나 자유롭게 개별적으로 행동하면 질병 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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