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30년 탄소 감축 40%는 지켜야 할 최저선…목표 이행 중요”

김한솔 기자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윤순진 공동위원장

윤순진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탄소중립위원회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윤순진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탄소중립위원회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모두 중단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하는 두 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최근 심의·의결했다. 지난 5월 출범 후 4개월여 만에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 목표와, 탄소중립 실현 시 미래상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기후 단체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가 다른 부문에 비해 낮고, 2030년에도 석탄 발전이 21.8%나 되는 것은 미흡한 목표”라며 탄중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며,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반발한다.

20일 서울 종로구 탄중위 사무실에서 윤순진 탄중위 민간공동위원장과 만나 NDC·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도출되기까지의 소회와 기후단체·산업계 양쪽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윤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더 이상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라며 향후 이행계획을 잘 세우고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의 체질 개선이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문화가 바뀌면 (탄소중립의) 속도가 날 수 있다”며 “시민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탄소중립 시나리오 어떻게 짰나

책임성·이행가능성 고려해 결정
석탄발전 문제 마지막까지 고민
법적 근거 마련·사회적 합의 필요

- NDC 및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확정되기까지의 소회는.

“가야 할 능선이 10부 능선이라면 겨우 1부 능선을 지났다. 누군가는 NDC를 50%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2030년까지 9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절반을 줄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지켜야 할 최저선을 목표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책임성, 이행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고민의 결과가 ‘40%’다. 그 목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시나리오일 뿐이다. 기술발전의 속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시나리오는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을 정했다는 것이다. 궁극적 목표는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바탕이 마련된 것이다.”

-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석탄 발전. 우리가 석탄에 주목하는 이유는 화석 연료 중에서도 동일한 열량일 때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독일은 가장 최근 지어진 석탄 발전소가 2012년에 지어진 것이다. 석탄 발전소를 지은 지 오래됐다. 우리는 막 완공된 것이 하나 있고, 6기는 건설 중이다. 지금 건설을 중단하거나, 가동 시작 후 얼마 안 돼 닫아야 한다. 어떤 행정행위든 법적 근거가 없으면 할 수 없는데 우리에겐 그 법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법으로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얼만큼 보상해줄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입법은 국회가 해줘야 한다. 하지만 작년 발의된 에너지전환지원법은 아직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 법이 마련된다면 석탄 발전소 신설은 중단돼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탄중위원들의 생각도 굉장히 다양하다. 탄중위 밖은 더할 것이다. 대화, 소통, 합의를 원칙으로 계속 대화해야 한다.”

- 방금 말한 것들이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하기 어려운 이유인가.

“그렇다. 다른 국가와 평면적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 다른 선진국은 교토의정서 부속서1에 포함된 국가로,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석탄 발전을 더 확대하지 않았다.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상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기에 그런 의무가 없었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이석우 기자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이석우 기자

■산업계의 ‘속도 조절’ 요구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준비 안 돼
수차례 간담회 열어 감축량 결정
설비 교체 땐 ‘계단식 감소’ 기대

- 2030 NDC상 산업 부문 14.5% 감축은 최선이었나.

“더 감축하면 좋다. 하지만 산업 부문은 경제, 고용 등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 고용의 83% 이상은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다. 0.3%인 대기업은 탄소중립에 대한 준비를 해 왔다. 문제는 99%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오래전부터 이야기됐지만 (중소기업은)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했었던 것 같다. 환경 단체들은 산업 부문에 대해 비판할 때 사업주나 경영자를 상정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거기에 고용된 분들도 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더 많이 줄이라고 요구하기 쉽지 않다. 산업은 기술이 개발되고 설비가 교체되면 배출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감축량이 서서히 줄기보다 ‘계단식’으로 줄어들 수 있다. 14.5%라는 목표는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요구하면 포기하게 된다.”

- 산업계가 계속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감축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맞다. 중소기업은 배출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개별 기업 단위에서는 감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기업은 그러면 안 된다. 정부가 산업계 감축량을 일방적으로 정한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사실과 다르다. 일방적이지 않았다. 기술작업반에서도 산업계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했다. 탈탄소는 세계적 흐름이고 가야 할 길이다. 지연은 고통과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 정도 목표조차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세계적 흐름과 발맞추기 어렵다.”

- 2030 NDC상 국외감축분이 1620만t에서 3350만t으로 늘어났는데.

“국내 감축이 우선이다. 국외감축을 할 경우 파리협정 당사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 지구 전체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해야 한다는 표현을 일부러 넣었다. 논의 과정에서는 국외감축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예전엔 국외감축이 ‘낮게 달린 열매를 따먹는’ 제국주의적인 수탈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 배출량은 점차 줄고 있는데도 지구 전체의 배출량은 늘고 있다. 심각한 기후위기가 개발도상국에는 더 가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삶의 질이 개선되는 과정 자체가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것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개도국 배출량은 여전히 늘고 있다. 산림도 많이 파괴됐다. 산림 복원이 필요한데, 그 나라들 혼자서 할 수 없다. 개도국이 굳이 석탄으로 갔다가 재생에너지로 갈 필요가 없다. 기술과 자본이 있는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이런 국제협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국외감축 방법 중 레드플러스 사업 과정에서 산림이 파괴됐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검토가 있었나.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 사실 탄중위는 심의, 의결기구다. 연구기관도 아니고 행정력도 없다. 그런 부분은 물론 검토할 것이고, 자문 의견도 줄 수 있다. 재조림 문제가 과거 개도국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원칙은 있지만, 항상 현장에서 실현되진 않는다. 관리감독을 잘해야 한다.”

- 국외감축을 하면서 해외에는 석탄 발전소를 짓는 것은 모순 같다.

“해외 석탄 발전소를 짓기 시작한 시점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시점은 다르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외교적 문제도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 혼자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 이산화탄소 활용·포집·저장기술(CCUS) 같은 불확실한 기술에 의존한다는 우려가 있다.

“저도 불확실한 과학기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배출을 최대한 줄여도 ‘0’이 되진 않는다. 먹고살고 있는 이상 탄소가 배출되지 않을 순 없다. 저는 탄소중립을 ‘배출과 흡수를 동등하게 해 0으로 만드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렇게 하면 배출을 엄청 하고, 그만큼 다 흡수하면 되는 것처럼 착각한다. 배출은 최대한 줄이고, 그래도 안 되는 것은 흡수해야 하는 거다. 줄여도 줄여도 줄일 수 없는 양을 제거하기 위해 CCUS 개발을 하는 거다.”

■탄중위원 6명 사퇴했는데

더 높은 목표 요구, 방법 제시 안 해
정부 이행계획 수립 때 상향 기대

- 탄중위원 6명이 탄중위에 실망감을 표하면서 사퇴했는데.

“사퇴한 분들께서 탄중위를 어떤 기구로 생각하셨는지 다소 안타깝다. 탄중위 위원들 생각이 다 같지 않다. 의견이 다른 분들을 설득하고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 기구인 만큼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지금 50~60% 감축 선언한다면 지킬 수 있을까. 저도 (수치가)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더 높은 목표를 요구하는 분들께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정부는 2030 감축목표 발표 시 부문별 감축 목표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시민사회에서는) 더 높은 목표만 요구하고, 그걸 달성할 수 있는 부문별 목표는 제안하지 않아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안을 만들기가 너무 어려웠다.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건, NDC·시나리오 심의가 우리 역할의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이 목표에 대한 이행계획을 정부가 수립할 텐데, 그것도 심의하고 점검해야 한다. 목표치는 ‘진전의 원칙’상 더 상향될 수밖에 없다.”

- 기후위기의 피해를 크게 입는 ‘당사자’가 빠졌다는 지적이 있다. 탄중위 해체 집회도 열렸다.

“탄중위를 해체하면 누가 심의, 의결을 하나.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가 청년들로만 구성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위원회도 당사자만이 위원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탄중위에는 다양한 분야를 대변하는 분들이 들어와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의 거부로 들어오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들어와 있다. 농민 대표가 처음엔 빠져 있었는데, 관련 기관에서 합의 추천한 분이 없었다. 지금은 있다. 여성 위원이 30%가 넘는다. 청년 위원 중 한 분이 나가셨지만 6명을 모셨다. 숫자로는 산업계보다 시민단체가 더 많다.”

■기후단체 등 사회적 합의 가능?

기후위기 알지만 ‘비용 부담’ 난색
시민들 인식·생활양식 바뀌어야

- 기후단체는 목표가 미흡하다고 하고, 산업계는 지나치다고 한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가.

“지금의 40%도 합의의 결과다. 모두가 다 동의하지 않았지만, 양방향에서 가장 강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목표가 사회적으로 수용되려면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정부는 시민들이 지지해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 시민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은 인식하면서도 수반되는 ‘비용부담’에는 부정적이다.

“기후위기 인식은 전 세계 1~2위지만, 비용 지불을 용인하려는 것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전기요금은 인상도 아니고 ‘정상화’ 되는 것인데 그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시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탄소중립으로 갈 수 있는가. 지금의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

- 전기요금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렇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에서는 투표를 통해 정권을 창출하기 때문에 표가 중요하다. 그래서 그 표를 행사하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 유럽연합(EU)이 바뀔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표를 받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정책과 공약이 나온다. 우리는 그게 안 되고 있다. 더 이상 ‘몇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현하는 것, 사회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궤도에 올라가야 한다. 우리는 아직 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 향후 탄중위가 중점을 두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목표 달성이 중요하다. 부처별로 세워지는 이행계획을 검토, 심의, 수정할 것이다. 이행계획 점검 작업도 해야 한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피드백을 줘야 한다. 탄소 문명에서 탈탄소 문명으로 사회 체질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인식, 생활양식, 습관이 바뀌어야 한다. 이게 ‘문화’가 되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1기 탄중위는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산업계 양쪽의 비판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저는 이 분야를 계속 연구한 학자이고 시민단체 활동도 20년 했다. 탄소중립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감당하겠다고 생각했다. 위원장직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고, 탄중위가 해체돼서 탄소중립이 더 가까이 당겨질 수 있다면 해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원회에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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