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혹행위 신고’ 했더니 되레 징계···육군, 바뀐게 없다

반기웅 기자

언어 폭력·폭행 등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군 검찰서 ‘기소유예’

피해자는 ‘상관모욕’ 강등 징계

군 “가혹행위 신고와 관련 없어”

넷플릭스 드라마 <D.P.> 의 한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D.P.> 의 한 장면. 넷플릭스

육군의 한 사단이 병영 부조리를 신고한 병사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해군도 간부의 폭언을 공론화한 병사에게 징계를 강행해 논란이 됐다. 군이 부조리 신고행위를 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한 군인복무기본법을 어기고 병사들의 입을 틀어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기도 소재 육군 사단에 복무 중인 A일병은 지난 4월 자대 배치 이후 선임들로부터 암기 강요와 언어 폭력,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일례로 B병장 등은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외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A일병을 ‘폐급’이라고 불렀다. 바닥 청소 중 물이 튀었다며 A일병의 얼굴에 물을 뿌렸고, 보란듯이 쓰레기를 버리고 치울 것을 명령했다. 선임들은 생활관에서 A일병을 구타하기도 했는데, 폭행 후 ‘장난’이라고 눙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A일병은 지난 7월 대대장에게 B병장 등 가해자 4명을 추려서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가 접수된 뒤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또 다른 가혹행위를 당한 A일병은 재차 신고를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되레 A일병을 상대로 한 집단 따돌림 강도가 더 심해졌다.

군사경찰 조사 후 군 검찰에 송치된 B병장은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연령·환경, 범죄의 경중 등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이다.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다른 선임들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가혹행위 사건이 흐지부지 끝난 뒤 반격이 시작됐다. A일병의 소속 사단이 그가 ‘대(對)상관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지난 5~6월 A일병이 다수의 선임병들에게 욕설을 했고, 중대장과 행정보급관 등 간부를 모욕했다는 B병장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A일병을 상대로 한 징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징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A일병의 주장은 모두 묵살됐다. 군은 가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A일병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징계위는 지난 9월 A일병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강등’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해당 부대 측은 “A일병에 대한 징계는 군사경찰 등이 부대원을 대상으로 지난 8월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A일병의 상관 모욕 발언을 파악해 시작된 것”이라며 “이번 징계는 A일병의 가혹행위 신고와는 관련 없는 별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A일병은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징계 처분에 대한 항고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징계 조치로 육군 부사관을 희망했던 A일병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부사관 특성화고를 졸업했을 정도로 평소 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A일병은 현재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부대 측은 “A일병은 이전 징계 전력 등 가중 사유가 있어 강등 처분된 것”이라며 “징계 과정에서 A일병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 없도록 법적 절차를 준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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