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현 용산구청장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공원화작업 잘 되고 있다 자신할 수 있나"

류인하 기자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12일 미군용산기지가 내려다보이는 이태원 부군당역사공원에서 기지 내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산구 제공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12일 미군용산기지가 내려다보이는 이태원 부군당역사공원에서 기지 내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산구 제공

정부는 2027년까지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부지에 243만㎡ 규모의 ‘용산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는 용산기지 전체 반환을 전제로 한 계획이다. 그런데 미국이 한국에 용산기지 반환을 종료하는 명확한 시점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용산기지 전체 면적(203만㎡)의 4분의 1 수준인 50만㎡ 반환만 약속한 상태다. 특히 지난 7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합동위원장과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발표한 50만㎡ 반환 계획 안에는 환경오염 정화비용 처리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12일 “지금 정부는 국민에게 용산기지 반환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자신할 수 있는가”라고 쓴소리를 냈다. 성 구청장은 민선 2·5·6기 용산구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7기 마지막 임기를 남겨놓고 있다. 42년째 용산구에 거주하는 주민이기도 하다. 성 구청장과의 인터뷰는 용산기지가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에서 진행했다.

성 구청장은 “현재 상태로는 용산기지 반환작업이 잘 추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27년이라는 시점은 반환완료시점이 아닌, 공원화 완료시점으로 이제 고작 6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당장 저 땅(용산기지)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이 상태에서 언제 부지 정밀조사를 하고, 토양오염조사를 실시해 오염정화계획을 세우고, 비용처리 분담 등의 논의를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성 구청장은 “최초로 정한 반환 종료시점은 2018년이었는데 지금이 2018년이냐”고 반문하면서 “현재 문서에 남아있는 반환종료시점은 n년이다. 이건 반환시점 미정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작업은 엄밀히 국가 대 국가 간의 계약이다.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다. 성 구청장은 “용산 미군기지 반환 및 용산공원화 작업에 지자체가 나설 수 있는 공간이나 책임, 의무 어떤 것도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해내지 못한 역할들을 용산구가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1년 이뤄진 서울시와 미 정부 간 양해각서 체결로 미대사관 직원 숙소가 모두 용산기지 ‘캠프 코이너’ 일대로 이사올 예정이었다. 성 구청장은 당시 “우리 국민이 향유해야 할 국립공원 안에 미대사관 직원 숙소를 조성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 구는 최소한 직원숙소라도 기지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정부와 서울시 등에 건의했고, 그 결과 지난 5월 국토교통부와 미국 대사관이 ‘대사관 직원 숙소 이전을 위한 부동산 교환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양해각서에 따라 미대사관직원 숙소(150가구)는 2025년 1월 준공예정인 아세아아파트로 확정됐다.

용산공원 국제공모 당선 조성계획안 내 첨부된 용산공원부지. 녹지로 조성된 곳 대부분이 미군용산기지로 활용됐던 곳이다.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용산공원 국제공모 당선 조성계획안 내 첨부된 용산공원부지. 녹지로 조성된 곳 대부분이 미군용산기지로 활용됐던 곳이다.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성 구청장은 “현재도 미국이 억지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지진 등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아파트 비상 대피로를 미국식으로 설계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건축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미국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성 구청장은 “국내 건축법이 엄연히 있는데 미국식 건축을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다. 자기네들이 여기서 천년 만년 살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어차피 건물은 국내 건축법에 따라 허가를 받는다. 미국의 허가를 받는 게 아니다. 그냥 트집으로밖에 볼 수 없다. 미국은 자기네들 마음대로 결정하면 한국은 꼼짝없이 해줄 국가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용산부지 내에 위치한 미군전용 호텔 ‘드레곤힐’ 위탁운영 역시 용산구가 현재 추진하는 계획 중 하나다. 용산구는 드레곤힐을 공원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물론 미국이 수용해야 가능한 방안이다. 성 구청장은 “국가공원인 용산공원이 드레곤힐 방문객의 ‘정원’으로 사용되게 놔둘 수는 없다. 만약 드레곤힐을 미군전용 호텔로 그대로 유지하게 둔다면 이용객 전용도로, 전용공간까지 조성해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전부 향유해야 할 공원을 반토막낼 수 있다”면서 “호텔이전을 위한 대체부지를 시내 모처에 제안했고(부지는 비공개다), 현재 남아있는 드레곤힐은 우리가 위탁운영사를 선정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더이상 누군가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으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가 아마 서울 전 자치구 중 감나무가 제일 많을 겁니다. 나무를 심을 일이 있으면 최대한 감나무를 많이 심으라고 지시했었어요. 소박한 감꽃도 감상하고, 거기서 열린 열매는 우리 주민 모두가 따서 드시라고 했습니다. 미군용산부지가 모두 반환되고 공원으로 조성됐을 때는 당연히 구청장이 아니겠지만 저는 지금 제가 감나무를 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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