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글·사진 박채영 기자
24일 사회적합의가족전(展)에 전시된 작품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 집을 형상화한 구조물에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된 미래에 함께 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글귀들이 적혀있다.

24일 사회적합의가족전(展)에 전시된 작품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 집을 형상화한 구조물에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된 미래에 함께 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글귀들이 적혀있다.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혼인 신고와 마찬가지로 ‘함께 살겠다’는 비혼자들과 성소수자들이 구청에 생활동반자 신고를 하고, 남편·부인·아들이 아닌 동성 파트너가 장례식에서 상주를 맡는다. 지금의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처럼 신규 등록한 생활동반자에게도 전세 보증금이 지원된다. 신문 1면에는 생활동반자 신고 건수가 10만이 넘었다는 기사가 실린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인정되는 미래의 크리스마스를 상상해보는 전시회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열렸다. 기본소득당의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의 입법 프로젝트팀 ‘시스터인로’는 이날부터 26일까지 서울 성북구 복합문화공간 미인도에서 ‘사회적합의가족전(展)’을 연다.

노서영 베이직페미 위원장은 “전시회 제목은 띄어쓰기를 달리해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 가족전’이라고 띄어 쓰면 차별금지법이나 생활동반자법을 이야기할 때마다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읽힌다. ‘사회 적합의 가족전’이라고 읽으면 ‘사회에 적합한 가족’이라는 뜻으로 “누군가의 동의 없이도 우리는 모두 이미 사회에 적합한 가족”이라는 선언이 담긴다.

24일 사회적합의가족전(展)에 전시된 작품 ‘동반자 보험료, 타이어보다 싸다’.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돼 생활동반자들도 정상가족에게만 주어지는 각종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된 미래를 상상한다.

24일 사회적합의가족전(展)에 전시된 작품 ‘동반자 보험료, 타이어보다 싸다’.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돼 생활동반자들도 정상가족에게만 주어지는 각종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된 미래를 상상한다.

전시는 구청에서 생활동반자 증명서를 발급 받는 것부터 동성 파트너가 상주가 된 장례식을 상상해보는 코너까지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된 미래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시회 한쪽 기둥에는 신규 등록한 생활동반자도 전세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전단지와 부부보험과 동일한 비용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생활동반자 자동차보험을 소개하는 광고가 붙었다. A씨(23)는 전시를 보고 “생활동반자법에 제정되면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들이 먼저 이런 상품들을 내놓지 않을까? 이런 미래를 상상을 해보는 것이 재밌다”고 말했다.

24일 사회적합의가족전(展)에 전시된 작품 ‘벌써 1년, 세상의 소식도 많이 변했어요’. 2023년 10월25일자로 발행된 생법신문 1면에는 “생활동반자법 시행 1년만에 동반자 신고가 10만건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24일 사회적합의가족전(展)에 전시된 작품 ‘벌써 1년, 세상의 소식도 많이 변했어요’. 2023년 10월25일자로 발행된 생법신문 1면에는 “생활동반자법 시행 1년만에 동반자 신고가 10만건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을 기억하게 하는 전시물도 있었다. ‘생활동반자 신고 건수가 10만건이 넘었다’는 2023년의 신문 뒷면에는 ‘우리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도 권리가 있다. 생활동반자법을 만들자’는 굵직한 글씨가 적힌 광고가 실렸다. 굵은 글씨 뒤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생활동반자법은 너무 갑작스럽다’, ‘동성애 진흥법이 될 것 같다’는 생활동반자법에 반대하는 말들이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동성 연인과 가족을 꾸리고 싶다고 밝힌 노랑씨(22·활동명)는 “‘시기상조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작게 쓰인 글씨가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듣는 말들이다. 그 위로 굵게 ‘우리는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쓰인 것이 좋았다”며 “미래는 현재의 말들이 과거가 되고 다양성이 보다 존중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라도 함께 살기로 한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에 법적 권리와 복지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2014년 진선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추진했지만 정치권 안팎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현재 민법 제779조는 가족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로 정하고,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만 규정하고 있다.

24일 서울 성북구 복합문화공간 미인도에서 기본소득당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의 입법 프로젝트팀 시스터인로가 ‘사회적합의가족전(展)’을 열었다.

24일 서울 성북구 복합문화공간 미인도에서 기본소득당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의 입법 프로젝트팀 시스터인로가 ‘사회적합의가족전(展)’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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