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법’ 통과됐지만…장애인들이 새해에도 ‘이동권 투쟁’ 나선 이유

박하얀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여의도로 이동하기위해 지하철을 타고있다. / 이준헌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여의도로 이동하기위해 지하철을 타고있다. / 이준헌 기자

“우리는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버스와 택시를 타고 싶고,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이동할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장애인들의 외침은 새해에도 이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승강장(1-1)에서 기획재정부(기재부)에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화문역 1-1 승강장에 모인 장애인 등 1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시내버스 대·폐차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예산 없이 권리 없다”, “기재부는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온전히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개정 법은 시내버스·마을버스 등을 교체할 때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도록 했지만 시외버스·고속버스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버스 사업자가 도로 구조·시설 등이 저상버스 운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승인받은 경우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예외규정도 뒀다. 시·군간 원활한 환승과 연계 등을 지원하기 위해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도 의무화했지만 국가가 센터 설치·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임의조항으로 규정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개정 법은 1년 6개월가량의 유예 기간을 거쳐 발효된다.

문경희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우리는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세금을 내는 한국의 국민으로서, 똑같이 같이 좀 살자는 게 우리들의 요구”라고 했다. 그는 “이 욕심이 20년 동안 외쳐야 하는 과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배재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은 “누구나 이동할 권리, 배울 권리, 노동할 권리가 있다”며 “장애인이 (이같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다”고 했다.휠체어에 탄 장애인들은 기자회견 후 10명씩 광화문역 1-1 승강장에서 열차에 탑승한 뒤 다음 역에서 내리는 방식을 반복하며 여의도역까지 이동했다. 활동가들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예산 보장’, ‘탈시설 권리보장 예산 6224억원 보장’,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 등이 적힌 홍보용 스티커를 열차 안 곳곳에 붙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우리는 지하철을 잠깐 멈춰서라도 우리 권리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라며 “지하철은 잠깐 연착됐지만 장애인들의 삶은 아예 멈춰졌다”고 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20년째 이동권 투쟁을 하고 있다. 이날 장애인들의 승하차 시위로 열차가 멈춘 시간은 평균 1분20초 남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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