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국의 ‘갑질’···시장님의 출판기념회

이상호 선임기자

현역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현행법상 선거일 90일 밖이면 횟수 등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다. 책값 명목으로 받는 축하금도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출판기념회를 임기 내 몇 번을 하든, 책값으로 얼마를 받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사법 당국이 이를 들여다 보거나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코로나19 환자 폭증 와중에도 자신을 알리고 선거자금도 모을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단체장들의 출판기념회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전부터는 이들의 출판기념회가 금지돼 이달 말까지 전국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판기념회는 신인 정치인에게는 유용한 홍보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쥔 현직 단체장에겐 합법적 ‘로비 창구’로 악용될 수 있어 제재가 필요하지만 개선책은 하세월이다.

정치권의 대표적 비정상 행태로 손꼽히는 출판기념회가 오랜 비판에도 꿈쩍하지 않는 데는 법을 손질하는 국회의원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문제가 발생하면 법 개정 의지를 보이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역시 개최 때마다 억대의 돈을 모을 수 있는 출판기념회의 유혹을 쉽게 떨쳐 버릴 수 없어서이다. 2014년 검찰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비리연루 의혹을 수사하면서 출판기념회에 처음으로 칼을 들이 댄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한 국회의원은 100만원 이상 받은 축하금만 1억5000여만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회의원은 수억원에 대해 돈 출처의 일부가 출판기념회 수익금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정치권은 “출판기념회가 악용되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손질하거나 폐지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대국민 속임수였다.

수도권 지역만 살펴봐도 오는 12일에는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 최종환 파주시장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서철모 화성시장도 이달 중으로 예정돼 있다. 앞서 염태영 수원시장과 박승원 광명시장, 윤화섭 안산시장, 장덕천 부천시장 등은 각각 출판기념회를 마쳤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다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말 많은 자치단체장들의 출판기념회를 코로나 대유행에 맞서면서까지 꼭 치러야 하는 순수한 시민 소통행사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팬데믹 시국마저 가벼이 본 ‘갑질’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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