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한다면서 여가부장관 한다고”···청문회서 질타 당한 김현숙 후보자

이혜리 기자

서면답변 이어 ‘여가부 폐지’ 입장 재확인

“젠더갈등 해소, 권력형 성범죄 대처 미흡”

민주당 “장관 후보로 나온 것 자체가 모순”

“후보자가 폐지 주장하는 건 위법” 지적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가부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가 필요한 구체적인 근거나 계획에 대해선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여성단체들은 윤석열 정부가 젠더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여가부를 보장·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여가부가 젠더 갈등 해소 미흡,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처 등으로 실망을 드렸다”고 밝혔다. 여가부가 2001년 설립된 이후 호주제 폐지, 경력단절 여성 지원,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 인식 제고, 디지털 성범죄 지원체계 구축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면서도 이같은 문제가 있다고 거론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여가부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대전환을 시도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갈등을 풀어나가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앞서 국회에 낸 서면답변서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김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 나온 것 자체가 모순이고 부당하다며 질타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여가부 폐지를 말하는 것이냐”며 “기능이 불충분하면 역할과 권한을 강화·보완하면 되는데 굳이 폐지를 전제로 하면서 내용은 하나도 말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느냐”고 했다.

권 의원은 이어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더라도 현행 법상으로는 여가부가 존재한다면서, 장관 후보자가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낸 여가부 폐지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김 후보자가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권 의원은 “여가부 장관이 인턴 실습이냐. 막연하게 지켜보겠다, 의견수렴 하겠다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동의하는 분이 장관이 되겠다고 청문회에 나온 것은 역사적인 코미디”라고 했다. 유정주 의원은 “장관 후보자가 여가부 폐지를 위해 청문회에 나왔다는 모순된 상황에서 국회가 여가부 업무 방향, 정책 검증을 과연 해야 하느냐”며 “여가부는 물론이고 정책 수혜층과 국회 모독”이라고 했다.

‘한국에 구조적 성차별이 있느냐, 없느냐’는 질문에 김 후보자는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세계성격차지수에서 한국이 낮은 것은 알고 있다”며 “여가부가 20년간 있었는데 왜 지수가 나아지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또 김 후보자는 “일방적으로 여성이 모든 것에 대해 약자라고 생각하는 프레임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말했다고 본다”면서 성격차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와 출산·육아에 의한 경력단절 예방, 일·가정 양립 체계 구축을 들었다.

김 후보자는 ‘여가부 폐지가 여성정책이나 여성권익 신장 폐기와 동일한 의미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여가부 폐지가 기존 여가부의 기능과 역할을 아예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개정안을 보면 기존 여가부가 맡았던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업무는 사라지고, ‘여성의 권익증진’ 업무는 쪼개 법무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로 각 분배하도록 돼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는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없애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검사 수사권을 축소하면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배제한 개정 형사소송법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 후보자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안이 차단될 수 있는 등 일부 여성단체도 반대하고 있다”며 “성폭력 지원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 아쉽다”고 했다.

567개 여성폭력 피해자지원·현장단체 연대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 폐지는 곧 여성인권 후퇴”라며 여가부를 보장·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단체연대는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젠더갈등 해소가 미흡했고 성별 격차 여전하다고 지적하지만 그나마 여가부가 있었기 때문에 변화와 진전이 가능했다”며 “여가부 장관의 소임은 제대로 일하는 여가부를 운영하고 보완하는 것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젠더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제대로 된 성평등 과제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이행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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