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대통령의 불통 처신, 발암물질 검출 용산공원 개방

강연주 기자
대학생 환경연합 동아리 ‘푸름’ 회원들이 19일 주한미군에서 돌려받아 지난 10일부터 시범 개방한 서울 용산공원 출입구 앞에서 오염정화 없는 개방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대학생 환경연합 동아리 ‘푸름’ 회원들이 19일 주한미군에서 돌려받아 지난 10일부터 시범 개방한 서울 용산공원 출입구 앞에서 오염정화 없는 개방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정부는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 받은 용산기지에서 다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지난 10일부터 부지 일부를 시민들에게 공원으로 시범 개방했다.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환경부 조사 자료 등을 근거로 안전 문제를 지적했지만 정부는 한술 더 떠 19일에 마무리 될 예정이던 ‘시범 개방’ 행사를 오는 26일까지 연장했다.

용산공원 문제는 정쟁이 아닌 과학의 영역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공원 부지 인근에서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나왔다. 1급 발암물질인 비소의 검출량도 토양환경보전법이 정한 공원 조성 가능 기준치를 초과했다. 정부는 논란이 일자 지난달 25일 개방 행사를 연기했다. 당시 ‘편의시설을 추가 설치해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발암물질이 기존 계획의 발목을 잡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후 정부는 오염물질 정화 없이 공원화를 강행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체에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정부는 ‘주 3회, 하루 2시간, 25년간 누적 이용해도 괜찮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환경오염이 인체에 끼치는 피해를 함부로 예단해선 안 된다. 국토부 관계자가 언급한 ‘미미한 위험’은 시민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언사다. 누적 이용시간 제한의 근거가 된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삭막한 도심 한복판에 대규모 녹지를 조성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게다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을 개방해 ‘국민 소통’의 매개로 삼겠다니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공원화 작업이 진행됐을 때 유효한 말이다. 공원 앞에서는 학생·시민단체의 시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시범 개방이 끝나면 용산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다. 오는 9월 더 넓은 부지를 개방하기 위한 포석으로, 연내 집무실 주변 부지 공원화를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공약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소통을 표방하는 대통령이라면 이에 앞서 용산공원 담벼락에서 들리는 반대 목소리부터 경청해야 하지 않을까. 시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공원 개방 계획의 재고를 촉구한다.

강연주 기자

강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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