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개 되지 않겠다”…경찰 통제·인사 번복에 ‘부글부글’ 경찰

유경선 기자

 수사심의위 입장문 “초법적 위헌적 발상” 비판

 직협, 긴급토론회…한 목소리로 ‘인사 번복’ 규탄

“권고안 나온 당일 일어난 일…우리 미래의 단면”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걸린 경찰국 신설 반대 현수막. 경찰은 전날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걸린 경찰국 신설 반대 현수막. 경찰은 전날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 통제안 발표에 이어 치안감 전보 인사가 2시간여 만에 뒤집히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경찰 내부가 들끓고 있다. 전국의 경찰 직장협의회(직협)가 긴급 토론회를 열어 행안부를 비판하는가 하면, 경찰 내부망과 직원들의 단체 채팅방에는 일련의 사태를 성토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22일 기자에게 ‘개판’이라는 한마디로 작금의 상황을 표현했다. 이 간부는 전날 발생한 치안감 전보 인사 번복에 대해 “경찰청장은 패싱하고 현 정부에 가까운 인사들로 요직 인사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을 보면서 경찰 조직이 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경찰을 개로 생각하는 정권이 본격적으로 개판을 만들려고 시동을 걸었다”고 했다.

다른 간부는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가 비대해진 경찰권을 효율적으로 통제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인사권·감찰권을 이용해 ‘말 잘 듣는 경찰’로 만들기 위한 것인지 고위직 인사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나”라고 말했다. 경찰의 한 고위간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그들이 비판했던 검찰 인사를 경찰 인사에 그대로 이식한 것 같다”고 했다.

경찰수사심의위원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날 자문위가 발표한 권고안을 비판했다. 수사심의위는 “초법적이고도 위헌적 발상이 담긴 권고안”이라면서 “(경찰국 신설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결국 경찰을 국가권력에 예속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접한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에 “장관 앞에서 절대 청장님 주장을 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경찰 중립성에 해가 되는 사안으로 밀어붙인다면 과감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주시길 간청한다”고 적었다.

전국 각 지역 경찰 직장협의회는 2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경찰국 신설 등이 담긴 행안부 권고안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성토했다. 유경선 기자

전국 각 지역 경찰 직장협의회는 2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경찰국 신설 등이 담긴 행안부 권고안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성토했다. 유경선 기자

각 지역의 경찰 직협 회원들은 이날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행안부 경찰제도 개선 권고안에 대한 전국 경찰관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70여명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권고안 내용과 인사 번복 사태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안성주 울산경찰청 직장협의회장은 치안감 보직 인사 번복을 두고 “어떻게 권고안이 나온 당일에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며 “우리 미래의 단면을 보여준 모습”이라고 했다. 한 참석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재직 시절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말처럼 경찰이야말로 사람에 충성하면 안되고 국가와 국민에 충성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경찰에서 무마됐다는 의혹을 언급하면서 “행안부 산하에 경찰국을 두고 예산과 인사를 모두 관리·감독하면 지금보다 더한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느냐”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정치권과 연계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는 방안, 공무원 노동조합과 연계해 행동하는 방안 등도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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