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 190여명 참여···“경찰 중립 훼손, 총경들이 막겠다”

아산 | 이유진 기자
23일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 회의장 내부에 ‘국민 경찰’이라고 적힌 무궁화 화분들이 놓여 있다. 주최 측 제공

23일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 회의장 내부에 ‘국민 경찰’이라고 적힌 무궁화 화분들이 놓여 있다. 주최 측 제공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70~80년대 민주투사들의 목숨으로 바꾼 귀한 것입니다. 30년 동안 지켜온 가치를 하루 아침에, 두 달 만에 졸속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살펴보려 합니다. 국민의 인권과 직결된 경찰 중립을 총경들이 몸으로 막아내겠습니다.”

-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

23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강행에 반발해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회의 장소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 앞에는 무궁화 화분 357개가 놓여 있었다. 각 화분에는 ‘국민의 경찰’이라는 문구와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는 총경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이들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화분에 적어서 보낸 것이라고 했다.

23일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 회의장 앞에 ‘국민 경찰’이라고 적힌 무궁화 화분들이 놓여있다. 이유진 기자

23일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 회의장 앞에 ‘국민 경찰’이라고 적힌 무궁화 화분들이 놓여있다. 이유진 기자

23일 오후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본관 앞에 회의에 참석하는 총경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유진 기자

23일 오후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본관 앞에 회의에 참석하는 총경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유진 기자

경찰인재개발원 본관 입구에는 ‘경찰서장님들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그대 선 이 자리! 경찰의 미래입니다’ ‘신념에 용감하다! 민주경찰!(경찰가 中) 온마음으로 함께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10여개 보였다. 총경들의 단체행동을 지지하는 ‘응원 커피차’도 등장했다. 이 커피차는 울산경찰청 직장협의회(직협)에서 보낸 것이다. 차량 앞에는 ‘민주시민과 국민의 경찰은 정부의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세워졌다. 최규식홀로 가는 길목에는 전국 경찰직협에서 보낸 응원 화환 30여개가 줄을 서있었다.

회의가 시작된 이날 오후 2시 기준 현장에는 56명의 총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으로도 130여명의 간부들이 회의에 참여했다. 전국의 총경급 경찰관은 600여명으로 30%에 가까운 인원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무궁화 화분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인원을 포함하면 전체 총경의 약 60%가 경찰국 신설에 이견을 제시한 셈이다. 앞서 총경급 간부들이 회의 개최를 위해 개설한 단체 대화방의 참여 인원은 500여명에 달한다.

23일 오후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본관 내부에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에서 보낸 응원 화환이 늘어서있다. 이유진 기자

23일 오후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본관 내부에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에서 보낸 응원 화환이 늘어서있다. 이유진 기자

23일 오후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본관 앞에 ‘응원커피차’가 세워져 있다. 이유진 기자

23일 오후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본관 앞에 ‘응원커피차’가 세워져 있다. 이유진 기자

경찰 내부망을 통해 이번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찰서장이라는 무거운 직분과 상황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직무를 충분히 수행하면서 경찰 개혁과 관련된 논의에 여러 방법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 자리는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가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타당한지 한 번 심도있게 논의를 해보는 자리”라고 했다.

류 서장은 경찰 수뇌부가 이번 회의를 만류한 데 대해 “지휘부는 지휘부 나름대로 상황에 위중함을 인식하고,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방식이 저희와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한쪽의 이야기만 들을 수는 없고 경찰에 관한 중대한 변혁은 전체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의견수렴 절차가 충분하지 못했다. 이를 대신한 경찰서장 회의를 믿고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23일 오후 2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리는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 안에서 한 경찰관이 플래카드를 들고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2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리는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 안에서 한 경찰관이 플래카드를 들고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 회의실 내부 모습. 이날 현장에는 오후 2시 기준 56명의 총경급 경찰관들이 참석했다. 주최 측 제공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 회의실 내부 모습. 이날 현장에는 오후 2시 기준 56명의 총경급 경찰관들이 참석했다. 주최 측 제공

아울러 류 서장은 경찰 내부 분위기에 대해 “역사적으로 이런 일이 없었다”며 “우리 경찰 조직은 상명하복이 특징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상사의 명에 복종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런 중대한 일에 대해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데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전했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수차례 만류 의사를 밝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지금 한가하게 그런 논의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을 위한 대통령령과 행안부령은 지난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8월2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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