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감 2022

‘찔끔찔끔’ 오르는 생활임금, 최저임금에 따라잡히고 있다

조해람 기자
시민들이 지난 8월2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시민들이 지난 8월2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공무직·기간제 노동자의 실질적인 소득 보장을 위해 도입된 ‘생활임금’ 상승률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생활임금 금액은 최저임금에 따라잡히고 있다. 주거비와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생활 수준을 보장한다는 생활임금 제도 취지가 바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생활임금조례를 시행 중인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113곳(광역 15곳·기초 98곳)로부터 생활임금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시·도 평균 생활임금은 2017년 시간당 7789원에서 2022년 1만703원으로 연평균 6.6% 올랐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 8.3%에 못 미친다. 지자체들이 생활임금 인상에 점점 인색해지면서 생활임금과 최저임금의 격차는 2017년 1319원에서 2022년 1083원으로 좁아졌다.

연도별로 봐도 생활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대체로 낮았다. 시·도 기준 2018년 생활임금 인상률은 12.7%로 최저임금 인상률인 16.4%보다 낮았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찔끔 인상(2.2%)’으로 논란이 된 2020년에만 5.2%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앞섰다. 2021년 생활임금 인상률은 2.1%로 최저임금 인상률 5.0%의 절반에 그쳤다. 올해 생활임금 인상률은 3.7%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률 5.0%에 못 미쳤다.

생활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제주가 4.7%로 가장 낮았다. 대전이 5.4%, 서울이 5.5% 순이었다. 연평균 상승률이 높은 지자체는 인천 9.2%, 전남 7.2%, 경기·전남 7.1% 등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6%대로 올라선 지난 7월5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의  식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6%대로 올라선 지난 7월5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의 식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기자

파견이나 용역, 도급, 외주 등 간접고용 노동자는 생활임금 적용에서 제외하는 차별 사례도 드러났다. 부산시 서구, 진구, 동래구, 남구, 해운대구, 사하구, 연제구, 수영구, 사상구는 구청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에게만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있었다. 경기도의 경우 다수 지자체는 간접고용 노동자도 포함했지만 의정부시, 양주시, 포천시, 과천시 등은 직접고용 노동자만 생활임금을 적용했다.

지자체끼리 생활임금 산입범위가 제각각이라 실지급액에 차이가 생기는 문제도 있었다. 노동자들은 통상임금 외에 기타수당(연차수당, 시간외수당, 식대, 휴일근무수당 등)을 받는데, 생활임금의 범위 안에 기타수당을 많이 집어넣을수록 실지급액은 적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 중랑구와 도봉구의 생활임금은 1만766원으로 같은데, 중랑구는 모든 수당을 생활임금에 산입하고 있지만 도봉구는 기본급과 교통비만 산입하고 있다. 즉 도봉구에선 생활임금과 별도로 받을 수 있는 수당들을 중랑구에선 받지 못한다.

주거비나 식비처럼 지역별로 달라지는 생계비 차이를 반영하자는 생활임금의 취지도 무색해지고 있었다. 용 의원실이 분석한 지자체별 생활임금의 표준편차는 2017년 422원에서 2022년 220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집값이나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생활이 더 빠듯해졌다는 의미다.

용 의원은 “생활임금의 시급은 지자체별 생활비를 반영해 다양할 수 있지만 산입항목과 적용 범위에서는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통일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부문 안에서조차 적용 범위를 확대하지 못한다면 우리보다 앞서 생활임금을 도입한 영국이나 미국처럼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는 일도 요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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