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벽에 적힌 가슴 먹먹한 메시지, 이 당연한 것이 왜 당연하지 않습니까

사진·글 한수빈 기자
[금주의 B컷]추모의 벽에 적힌 가슴 먹먹한 메시지, 이 당연한 것이 왜 당연하지 않습니까

지난 15일 새벽 6시20분쯤 20대 노동자 한 명이 일하다 죽었습니다. 산업재해로 하루 평균 2명이 사망(2020년 882명·하루 평균 2.4명, 2021년 828명·하루 평균 2.2명)하니, 어쩌면 그냥 조금 이른 시간에 2명 중 1명이 사망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수치와 통계는 우리에게 그리 이야기합니다.

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하던 23세 청년이 죽었습니다. 빵 만들기를 좋아해 제빵사로 일을 시작했고, 이후엔 빵의 반죽을 만드는 곳에서 일하며 빵집을 차릴 꿈을 키우던 청년이었습니다. 이 청년의 일터에서 사고 한 주 전엔 팔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공장의 9대의 기기 중 사고 기기를 포함한 7대에는 뚜껑을 열면 작동이 멈추는 자동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2인1조 근무가 원칙이지만 각자 맡은 일을 하다 보면 혼자 근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청년 노동자가 SPC그룹 계열의 SPL 평택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다 샌드위치 소스교합기에 끼여 숨졌습니다.

‘사람 목숨이 빵보다 우선이어야 합니다!’ SPC그룹 본사 앞에 마련된 ‘추모의벽’에 적힌 문구 앞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오늘은 또 누가 출근한 뒤 퇴근하지 못했습니까. 이번엔 어떤 목숨을 저울질해야 합니까. 당연한 것이 왜 당연하지 않습니까.

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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