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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주의 B컷]봄의 신호
    봄의 신호

    서울 청계천변 수양버들. 겨우내 바람과 추위를 견뎌낸 가지 끝마다 연둣빛 새순이 달려 있다. 아직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연약한 모습이지만, 그 작은 흔들림 속에는 분명 봄의 신호가 담겨 있다. 오늘은 작은 싹 하나. 내일은 조금 더 길어진 연둣빛 가지. 수양버들의 새순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도시는 온통 푸른 기운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래서 봄은 늘 조용히 시작된다. 아무도 모르게 가지 끝에서부터. 작은 새순 하나에서부터.

    20시간 전

  • [금주의 B컷]산불 피한 어르신의 시린 무릎  불행이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산불 피한 어르신의 시린 무릎 불행이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기자는 남의 불행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다. 수습 시절 사건팀 교육기간에 조급한 마음이 생길 때면 생각했다. ‘사고가 났지만 다친 사람이 없으면 좋은 일이지 기사를 못 써서 아쉬워할 일이 아니야.’ 지난 23일 산불 취재를 위해 함양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착할 때까지 불이 다 꺼지지 않아야 내가 취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 때마다 그랬다.산불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불 진화율은 80%를 넘기고 있었다. 다짐했던 게 무색하게도 “제가 막 와서 그런데 아직 불이 남아 있는 곳이 있을까요” 하고 물어보는 마음이 구차했다. 대피소도 예상대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주민들은 모여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텐트 안에서 쉬고 있었다.다행이었다. 하지만 ‘인피(인명 피해), 재피(재산 피해)’로 대표되는 숫자가 크지 않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불은 진화됐지만 사람들은 이날도 텐트에서 잠을 자야 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제대로 짐을 챙기지도...

    2026.02.25 20:49

  • [금주의 B컷]알록달록 꽃들 사이 맨발로 맞이하는 봄
    알록달록 꽃들 사이 맨발로 맞이하는 봄

    “겨울에는 건강에 좋다는 맨발 걷기를 할 곳이 없었는데, 이렇게 실내 산책 공간을 조성해주니 너무 좋네요. 매일 찾아와 걷고 있습니다.”입춘 다음날인 지난 5일 찾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의 양묘장에서는 맨발의 시민들이 곱게 핀 꽃 사이를 거닐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흙길을 걷는 이들을 보니 어느새 봄에 성큼 다가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안양시는 지난달 양묘장 안에 산책로를 조성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비올라와 팬지, 크리산세멈 등 꽃을 구경하며 흙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바깥은 영하의 날씨였지만 비닐하우스 내부는 영상 10도. 곳곳에 설치된 보일러에서 온기가 뿜어져 나왔다.알록달록 핀 꽃들 사이를 맨발로 걷는 시민들의 발바닥에는 봄을 준비하는 기분 좋은 흙내음이 묻어 있었다.

    2026.02.11 20:47

  • [금주의 B컷]눈에 밟힌···눈의 흔적
    눈에 밟힌···눈의 흔적

    나는 눈 오는 날을 좋아한다.정확히 말하면 “눈이 온 다음날”을 좋아한다.눈이 남긴 흔적이 햇빛 아래서 고요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좋기 때문이다.누군가는 쓸었고, 누군가는 밟고 지나갔지만,가로수 보호판의 파인 글자 속,가장 낮고 쓸모없어 보이는 홈 안에는 눈이 남아 있다.내가 찍은 사진들은 그런 순간들의 기록이다.그냥 예뻐서 찍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사실 “무언가를 보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었는지도 모른다.

    2026.01.28 21:02

  • [금주의 B컷]‘고공에서 336일’ 고진수는 땅에 섰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해고자를 일터로”
    ‘고공에서 336일’ 고진수는 땅에 섰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해고자를 일터로”

    336일 만에 고공 농성장에서 내려와 땅을 밟은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 얼굴에는 긴 시간을 버텨낸 피로보다 앞을 향한 결연함이 더 짙게 남아 있었다.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10m 철제 구조물에 올라 매서운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사계절을 보낸 그는 이제 지상에서 투쟁을 이어간다.세종호텔 요리사로 일하던 고 지부장을 포함한 직원 15명은 2021년 코로나19를 이유로 정리해고됐다. 수백 명이 근무하던 일터에는 이제 소수의 노동자만 남았다. 호텔은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부당해고 인정을 기대했던 소송에서는 사측의 해고가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농성 해제 후 열린 7차 노사 교섭에서도 별다른 합의안은 도출되지 못했다.천막 농성장에 걸린 칠판에 이제 더는 바뀌지 않을 숫자 ‘336’과 시민들의 복직 응원 문구가 적혀 있다. 고공에서 고 지부장이 날마다 울린 북과 사이렌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그와 함께할 것이다...

    2026.01.21 19:33

  • [금주의 B컷]민주주의 훼손한 죄…내란범에 ‘레드카드’
    민주주의 훼손한 죄…내란범에 ‘레드카드’

    지난해와 비교하면 요즘은 참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다고 느낀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도 짜보고, 안부를 물으며 오래간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들과 약속을 잡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작년 이맘때쯤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 ‘극우 집회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취재해야 했었지.’ 힘겨웠던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요새 코끝에 스치는 칼바람은 아주 작은 고생으로 느껴진다.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모두 8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12·3 불법계엄을 선포할 명분으로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일반이적 혐의 첫 재판이 지난 12일 시작됐다.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쇠창살 안의 윤석열, 여인형, 김용현, 김용대에게 무기징역 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전쟁 유도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의미다. 종이 한 장이지만 그 ...

    2026.01.14 19:58

  • [금주의 B컷]“노동자 밥줄보다 예산 숫자가 중요하냐”…비정규직 절규 담긴 ‘청와대 1호 신문고’
    “노동자 밥줄보다 예산 숫자가 중요하냐”…비정규직 절규 담긴 ‘청와대 1호 신문고’

    “이재명 대통령님,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새해를 맞이한 흥성거림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 2일 하얀색 민복(과거 평민들이 입던 전통 의상)을 입은 한 남성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대고각에 섰다. 그의 가슴에는 ‘단식 17일차’라는 몸자보가 붙어 있었다.삶을 위해 곡기를 끊은 그였지만, 살기 위해 절실하게 두 차례 대고각 신문고의 북을 두드렸다. 북소리가 들리자마자 경찰은 그를 제지해 현장에서 끌어냈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의 적정임금 보장과 공공기관 총인건비 지침 폐지를 촉구하며 지난달 17일부터 서울역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왔다.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철도고객센터지부는 이날 대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지시와 달리 기획재정부 총인건비 지침은 노동자들의 밥줄을 끊고 있다”며 “정부 지침이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냐, 노동자의 배고픔보다 예산 숫자가 더...

    2026.01.07 20:07

  • [금주의 B컷]우리가 지켜낸 웃음꽃…올해에도 지지 않기를
    우리가 지켜낸 웃음꽃…올해에도 지지 않기를

    영하의 날씨였지만 썰매장에는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종합운동장에 마련된 썰매장에는 많은 시민과 어린이들이 모여 공휴일을 즐겼다.아빠가 끌어주는 썰매를 탄 아이는 얼마 가지도 못해 넘어졌다. 미끄러지고, 젖고, 추워서 울음이 터질 법도 했지만 아이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내 다시 일어나 썰매에 올라탔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얼굴에서는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보다, 일상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는 안도감이 묻어났다.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저물었다. 12·3 불법계엄의 여파는 이어졌지만 시민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상을 지켜냈다. 2026년 새해에는 사진 속 아이의 웃음처럼, 불안보다 희망이 앞서는 일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5.12.31 20:30

  • [금주의 B컷]온난화에 열받은 겨울… 비닐옷 봄이 먼저 왔네
    온난화에 열받은 겨울… 비닐옷 봄이 먼저 왔네

    기후위기 탓일까. 비교적 온화한 날씨, ‘춥지 않은 겨울’이다. 라니냐 발생으로 평년보다 추운 겨울을 예고한 기상청의 발표와는 달리 피부로 체감하는 온도 차이는 크다. 두꺼운 외투를 손에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는 동안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스팔트 위에서 일하는 사진기자 처지에 덜 추운 날씨 덕에 비교적 덜 힘들지만, 한편 겨울답지 않은 겨울 날씨가 걱정되기도 한다. 전신을 파고든 한기가 발끝, 손끝에 모여들어 계절을 실감케 했던 기억들이 멀게 느껴진다. ‘내년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우려고 벌써 이럴까?’ 하는 이른 걱정이 들 정도다.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봄ON한강’ 페스티벌. 봄을 콘셉트로 해 꾸며진 대형 에어돔 안은 온풍기가 내뿜는 열기로 그득했다. 에어베드에 누워 좌우를 살피는 시민들의 시야에 조화로 만든 꽃들이 둥글게 이어졌다. 급히 만든 봄이라 접착제와 플라스틱 냄새가 났다. 꽃향기는 어찌할 수 없었나 보다.아무렴 어떠랴...

    2025.12.24 21:10

  • [금주의 B컷]소란으로 가득 찬 ‘인권의날’
    소란으로 가득 찬 ‘인권의날’

    인권을 말하는 자리는 대개 소란스럽다. 침묵이 문제일 때도 있지만, 말이 넘쳐 본질을 가릴 때도 있다. 지난 10일, 제77회 인권의날 기념식이 열린 그날, 나는 이 소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운동본부 회원들이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행사장 입장을 막아섰다. 계엄 사태 앞에서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안 위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보수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인권의 가치를 훼손해왔다고 여겨지는 인물이 인권상을 수여하는 장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노가 낯설지 않다.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상을 거부할 권리는 누구의 것인가. 그것은 수상자의 선택이다. 다른 사람들이 시상식을 막을 권리는 없다. 항의와 표현은 민주주의의 권리지만, 봉쇄와 저지는 또 다른 인권침해다. 인권을 말하는 방식이 인권을 훼손하는 순간, 명분은 흔들린다.곧이어 맞불 집회가 이어졌다. 안 위원장 지지자들이...

    2025.12.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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