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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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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주의 B컷]시간이 가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
    시간이 가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

    두 무릎, 두 손, 이마를 땅에 던진다. 이주활동가와 이주노동자들, 숨진 이주노동자의 유가족이 찬기가 올라오는 땅에 엎드렸다. 출발 전 사회자는 오체투지 하는 법을 설명하며 “몇번 하다 보면 알게 된다”고 했다. 세 발짝 걷고 한 번 엎드리는 일, 참가자들은 금방 익숙하게 오체투지 자세를 익히게 됐다. 평생 해본 적 없는 일이었는데도.지난 11월 마지막 날,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세종로 출장소에서부터 정부서울청사까지 오체투지로 행진했다. 지난 10월 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뚜안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다.맨 앞에는 뚜안의 아버지가 있었다. 오체투지 전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발언이 예정돼 있었으나 사회자가 “어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신다고 합니다”라며 아버지의 마음을 대신 설명했다. 기자회견 내내 뚜안의 영정을 들고 있던 아버지는 영정을 넘겨주고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도 있...

    2025.12.03 22:17

  • [금주의 B컷]“이주노동자 반인권적 단속 중단”…정부는 이 목소리가 들리나요
    “이주노동자 반인권적 단속 중단”…정부는 이 목소리가 들리나요

    지난 9월 우리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미 이민 당국의 한국인 대규모 체포·구금 사태를 지켜봤다. 많은 국민이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겪은 인권 유린에 분노했다.그리고 10월, 대구 성서공단 내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여성 노동자가 우리 정부의 합동 단속을 피하다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그는 6년 전 입국해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 체류 자격으로 취업을 준비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불법체류자가 아닌 그는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고를 당하기 전 그이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무서워.”법무부는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처를 한 후 단속을 마쳤다”고 밝혔다.23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는 그를 추모하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와 노동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추모 집회를 열고 정부의 강제 단속 중단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

    2025.11.26 21:43

  • [금주의 B컷]“내년에 캠퍼스서 다시 만나요!” 선배들의 응원, 수험생의 바람
    “내년에 캠퍼스서 다시 만나요!” 선배들의 응원, 수험생의 바람

    2026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은 숨 돌릴 새도 없이 수시모집 대학별 고사에 돌입했다. 입시 2라운드다. 지난 16일 수시모집 면접고사가 열린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찾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수험생들은 고사장 주변에 일찌감치 모여 입실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옷깃에 고개를 묻고 잔뜩 긴장한 모습들. 면접 인사말을 중얼거리며 연습하는 목소리도 들렸다.입실이 시작되자 학교 마스코트 인형과 재학생들이 나타났다. “면접은 기세다!” “내년에 학교에서 만나요!” 웃으며 반기는 선배들의 응원에 수험생들의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신분증 검사를 마친 학생들은 재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사장으로 향했다. 입실이 끝나고, 함께 온 부모들은 고사장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

    2025.11.19 21:36

  • [금주의 B컷]서로의 목소리는 거름이 되어 국가폭력 상처에 새순이 돋다
    서로의 목소리는 거름이 되어 국가폭력 상처에 새순이 돋다

    평생 숨겨야 할 일이라 여겼던 성폭력 피해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피해자들은 44년이 지나서야 서로를 만나 ‘열매’라는 모임을 꾸렸다. 닫아두었던 입이 열리고,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아픔을 나눈 이들은 이제 과거의 상처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받고 법의 책임을 묻기로 결심했다.지난해 12월12일 ‘12·12 군사반란’에 맞춰 성폭력 피해자 14명과 가족 3명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소송 제기 1년을 앞둔 지난 7일 피해자들은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45년 만이었다. 연대하는 시민들은 법원 앞에 모인 피해자들에게 평화와 회복을 상징하는 열매와 초록 잎사귀를 건네며 응원했다. 흰색 천에 붉은 꽃이 수놓인 스카프를 두른 피해자들은 서로 손을 잡고 법정으로 향했다. 두 번째 변론기일은 내년 1월16일에 열린다.

    2025.11.13 10:15

  • [금주의 B컷]간절함이 포화상태였던, 그날
    간절함이 포화상태였던, 그날

    “수능이 끝이 아니야”라고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 군데는 붙겠지”, 이런 말도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수능이 끝인 것 같았고, 몽땅 떨어질 것 같았고,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그 이후의 날들은 상상하기 어려웠다.학구열이 넘치는 동네도 아니었고 승부욕이 넘치는 성격도 아니었지만 고3, 대입, 수능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남달랐다. 완벽한 20대의 시작, 반짝이는 젊음, 뭐든 할 수 있는 청춘으로 한발 내딛기 위해서는 대학 합격증이 필요했다. 그리고 당연히, 기왕이면 더 좋은 대학이어야 했고.붙여주면 학교 정문까지 앞구르기를 해서 가겠다느니 하는 말을 친구들과 매일 주고받았다. 많은지 적은지도 몰랐지만 경쟁률의 숫자에 살 떨려 하고, 추석 때 독서실 창 너머로 보름달을 보며 기도하던 밤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며 원서를 접수처에 제출하던 날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세상 그 많은 신들을 불렀던 첫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2025.11.05 23:02

  • [금주의 B컷]선사 유적지 위에도 색동 카펫…전국이 축제 중? 다 이유가 있다
    선사 유적지 위에도 색동 카펫…전국이 축제 중? 다 이유가 있다

    전국 곳곳에서 국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7일 찾은 곳은 경기 연천군 연천전곡리유적. 꽃밭에는 국화가 만개했고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시민들은 꽃길을 거닐며 중간중간 세워진 국화 조형물 앞에 발길을 멈췄다. 열기구, 기차, 터널, 캐릭터 등 다양한 조형물들. 줄 서서 사진을 찍던 한 시민이 말했다. “지난번에 찍은 코끼리 사진과 비교해보자!”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니에요. 이건 코끼리가 아니라 매머드일 거예요. 여긴 구석기 유적지거든요.’ 그렇다. 이곳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주먹도끼가 발견된 선사유적지다. 봄에는 구석기 축제를 연다. 가을 축제로 자리 잡은 국화 이전에는 호박으로 축제를 열었다.꽃밭에서 웃음이 피어나는 것과 달리 축제를 소개한 기사에는 ‘인위적이다’ ‘세금 낭비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람들이 찾게 만들려면 ‘축제’를 열고, 그 틈에 지역 특산물 부스를 끼워 넣으며 조금이라도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라...

    2025.10.22 20:22

  • [금주의 B컷]우연의 틈
    우연의 틈

    “바람을 찍어와.” 17년 전 어느 선배가 말했다.설명을 해주던 시절이 아니었다. 지시는 명령처럼 떨어졌고, 나는 광화문 네거리를 돌았다. 무엇을 겨눠야 할지 몰라 바람에 흔들리는 현수막을 찍어 마감했다. 그날 선배는 크게 화를 냈다. 그때는 그의 분노보다, 내가 바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었다.며칠 전 비가 내렸다. 자료를 보니 1월부터 9월까지 272일, 그중 94일이 비였다. 사흘에 한 번꼴이다. 추석 뒤 내린 비는 온도가 달랐다. 다시 광화문으로 갔다. 돈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낙엽을 찾다가 한 잎을 골라 옆에 앉았다. 옷이 젖는 일은 오래전에 익숙해졌다.사진은 한 번에 오지 않았다. 초점이 나갔고 리듬이 어긋났고 빗방울이 흐름을 바꿨다. 예순일곱 장째,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를 훑었다. 그 빛 안에서 빗방울이 솟았다가 가라앉았고, 흔적이 사진으로 남았다. 그 한 장을 두고 나의 몫과 세상의 몫을 생각했다. 나는 장소를 고르고 시간을 ...

    2025.10.15 20:01

  • [금주의 B컷]우리는 죽어가는데 기후위기 사기라고?
    우리는 죽어가는데 기후위기 사기라고?

    지구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기후위기로 몰락한 세계를 다룬 SF 소설은 이제 허구라기보다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얼음에 뒤덮이거나 모래로 메마른 땅에서 인류는 결국 지구를 떠난다. 그리고 사람이 사라진 지구는 스스로 회복해 다시 초록빛 별이 된다.현실 속 기후위기는 당장은 소설처럼 극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일까. 각종 기후협정은 무력하고, 거대한 산업의 속도는 멈출 줄 모른다. 여름은 점점 더 길고 뜨거워지고, 냉방기는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가뭄은 물 부족을 부르고, 차량은 물을 싣고 도로를 달린다. 막을 수 없는 굴레가 된 기후위기는 외면하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그러나 외면 대신 저항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927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은 도심 한복판에 3분 동안 드러누...

    2025.10.01 22:08

  • [금주의 B컷]진실은 도주할 수 없다
    진실은 도주할 수 없다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들어섰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책임을 피하려 해외로 도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언제나 더 큰 소음을 만들어왔다.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의 한 하천. 채 해병은 수해 실종자를 찾기 위해 급류 속으로 들어갔다. 구명조끼도, 로프도 없었다. 지휘부는 안전보다 속도를 요구했다. 그 속도에 밀린 스무 살 청년은 흙탕물 속으로 사라졌다.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휘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하고, 규정대로 사건을 경찰에 넘기려 했다. 그러나 군은 신속히 움직였다. 보고서를 회수했고,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을 포함한 6명을 혐의에서 제외했다. 박 대령의 기록은 사라졌고, 그는 항명죄로 고소당했다. 권력의 바람에 진실은 흔들렸다.그 무렵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이 돌았다. 높은 언성에 진실은 멈칫했다. 권력은 책임 대신 자기보호를 ...

    2025.09.24 20:53

  • [금주의 B컷]새들이 이겼다…우리가 해냈다
    새들이 이겼다…우리가 해냈다

    “사실 0.0000퍼센트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평생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해왔지만, 단 한 번도 이겨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새만금 신공항 건설 취소 소송 1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정현 신부가 감격에 겨워 말했다.2022년 9월28일 1308명의 ‘국민소송인단’이 습지 및 철새 서식지 파괴 우려와 조류 충돌 위험, 생물다양성 보존에 관한 국제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후 3년 만에 받아낸 결과였다. 전북지방환경청에서 출발해 지난 한 달 동안 250㎞를 걸어 서울행정법원에 도착한 시민들은 “새들이 이겼다”며 환호했다.2001년부터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하며 새만금 일대의 생태 보호를 위한 투쟁을 이어온 문정현·문규현 신부도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백발의 두 형제 신부는 부둥켜안고 울며 기쁨을 나눴다. 동생 문규현 신부가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가 있기에, 생...

    2025.09.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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