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책임론’에 동력 잃은 경찰국

이유진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후 입지 흔들…출범 100일 존재감 미미

민주당 “예산 6억 전액 삭감”…권한 대폭 축소 법안도 발의

행정안전부가 경찰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신설을 강행한 경찰국이 출범 100일을 넘겼다. 첫걸음을 떼기 무섭게 김순호 경찰국장의 ‘프락치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경찰국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불거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책임론과 맞물려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3일 국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9일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경찰국 기본경비 2억9000만원과 경찰국에 배치되는 공무원 인건비 3억9400만원 등 총 6억3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날은 경찰국 출범 100일을 맞는 날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단독 의결한 예산 삭감은 이태원 참사 이후 불거진 행안부 책임론에 더해 이상민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장관은 경찰청 중요정책 수립에 행안부 장관인 자신의 지휘권한이 있다며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였으나 지난 7일 국회 행안위에 출석해서는 말을 바꿨다.

행안위 소속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예산 삭감 의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경찰국을 설치할 때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지만, 이태원 참사 전후로 경찰국에서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며 “(경찰국은) 경찰 장악 수단에 불과한 것이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장관이 위법한 시행령으로 설치한 경찰국을 복원시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참사 이후 경찰국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1일 경찰국 설치로 축소된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찰 행정 최고 심의기구인 경찰위는 경찰국 설치 국면에서 행안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개정안에는 경찰청장 임명제청 권한을 행안부 장관에서 경찰위로 옮기는 내용 등 경찰국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취임하자마자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인 이 장관의 입지에 경찰국 존립 여부가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난 안전관리 총책임자인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경찰 수사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조는 14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이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총대를 메고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인 이 장관이 수사 대상이 되거나 사퇴할 경우 경찰국의 힘이 빠지는 건 당연한 결과”라며 “이 장관이 자리를 지키더라도 경찰 통제에 실리는 힘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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