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로만 검찰 예산 독립?···법무부, 국회에 “추진 계획 중” 두 달 전 자료 ‘복붙 제출’

이홍근 기자

법무부 수사지휘권 폐지와 함께 윤석열 대선 공약

검찰 출신 주철현 의원 “명백한 국가재정법 위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법무부가 검찰의 독립 예산 편성권 부여 이행 경과를 보고하라는 국회 요구에 “추진 계획”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검찰의 독립 예산 편성권 부여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연내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 연말이 가까워지도록 구체적인 경과를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15일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1일 검찰의 예산 편성권 부여 진행 상황을 묻는 질의에 “대검찰청,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법령 개정 여부를 포함해 검찰 예산 독립 편성과 관련된 제반사항들을 충실히 논의하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법무부는 8월24일에도 똑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당시 주 의원실은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립예산 편성 계획을 마련했는지 물었다. 두 가지 사안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한동훈 장관도 7월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하반기까지 검찰에 독립적인 예산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해를 한 달 반 정도 남긴 상황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이다.

법무부가 검찰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 국가재정법에 검찰청은 ‘중앙관서’에 해당하고, 중앙관서의 장은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매년 5월31일까지 기재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령인 법무부 직제는 검찰국 1과에서 검찰 예산 편성 및 배정에 관한 자료를 작성하도록 돼 있다. 법과 시행령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시행령을 근거로 법무부가 검찰 예산을 편성해온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검찰청 예산을 독립해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고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경찰청 등 다른 17개 청 단위의 중앙행정기관과 마찬가지로 검찰청 역시 국가재정법상 중앙관서로서 소관 예산을 다른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해 별도로 편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검찰을 계속 통제하려고 태도를 바꾼 게 아닌지 의심한다. 예산과 인사는 법무부가 검찰을 통제하는 주요 수단이다.

검찰 출신인 주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올해 안에 시정하겠다고 대통령께 보고까지 해놓고 예산으로 검찰을 계속 주무르려는 심산으로 보인다”며 “국회가 정부의 명백한 위법 행위를 묵인할 수 없는 만큼 검찰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