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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자격’ 묻는 시민에게 세월호 스쿨닥터가 한 말

“엄마 여기가 사고 난 곳이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5일 밤 10시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골목을 지나던 어린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그렇다”고 답하며 아이의 손을 꼭 쥐고, 골목 벽에 붙은 추모 포스트잇을 바라봤다.

“여기 몇백 명이 있었다고?” 비슷한 시간 이곳을 지나던 20대 남성도 골목을 내려다보며 동행에게 말했다. 한 중년 여성은 자신의 양팔을 뻗어 골목의 너비가 얼마나 좁았는지 가늠해보기도 했다.

시민들이 남긴 추모의 흔적은 여전히 참사가 일어난 골목과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지키고 있다. 일면식도 없지만 기차 타고 쪽지를 남기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학생들,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가져다 놓은 지인들, 멍하니 서서 벽을 뚫어지라 보는 사람들, 포스트잇이 비에 젖지 않게 테이프를 붙이고 비닐로 덮는 시민 자원봉사자들, 24시간 돌아가며 사고 지역 근방을 순찰하는 경찰 기동대까지… 많은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각자의 방식으로 ‘슬퍼하고 있다’.

29일은 이태원 참사 이후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정부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자리를 맴도는 사이, 시민들은 자신에게 남은 슬픔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김산하씨(32)는 이따금 출근길에 만나는 사람들의 수를 세어본다고 했다. 참사로 희생된 158명을 미처 다 세기도 전에 회사에 도착할 때면 슬픔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김씨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내가 슬퍼할 자격이 있냐’는 물음이었다. 그는 “참사 당사자도 아니고 유족도 아니고 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닌 내가 계속 슬퍼해도 되는지, 조금 슬프고 그만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영상 채널 ‘이런 경향’과 여성 서사 아카이브 채널 ‘플랫’은 이태원 참사 이후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은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아동청소년위원장을 만나 이러한 고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물었다. 정신의학과전문의인 김씨는 재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심리치료와 상담 교육을 진행해왔다. 세월호 참사 때는 단원고등학교에서 생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스쿨닥터로도 활동했다.

김씨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 김 위원장은 “참사 이후 시민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슬픔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자,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99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참사’ 때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이 유치원생 자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을 모아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만들었다며 “투명 우산, 카시트 나눔 등 또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활동”으로 확장된 사례를 소개했다.

[영상]‘슬퍼할 자격’ 묻는 시민에게 세월호 스쿨닥터가 한 말

자세한 이야기는 경향신문 영상 채널 ‘이런 경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은 29일과 다음 달 5일 두 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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