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분만 늦어도 큰일?···서울시, 5년 전엔 “정시성 보다 안전 우선”

이유진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지하철 행동 해단식을 진행한 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경찰 병력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지하철 행동 해단식을 진행한 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경찰 병력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1분만 늦어도 큰일이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오세훈 서울시장) “조정안 수용 시 법적으로 불허하는 전동차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등 지하철의 중요한 가치인 정시성을 훼손하게 된다.”(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이 낸 강제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제조정안은 ‘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하라’ ‘전장연은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전장연이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여 ‘5분 이내’로 지하철을 지연시키는 승하차 시위를 하겠다고 했으나 서울시와 공사는 정시성을 앞세워 ‘무관용 원칙’을 밝힌 것이다. 이미 5년 전 “정시성이라는 지하철 운영 패러다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했던 서울시가 “1분의 지연도 허락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시 홈페이지에 소개된 ‘서울지하철 안전보강대책’에는 “서울시가 개통 이래 40여년을 지배해온 ‘정시성’이라는 지하철 운영 패러다임에 종지부를 찍고, ‘안전’으로 그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적혀 있다. 2017년 3월8일 발표된 이 대책안은 2016년 2호선 구의역, 5호선 김포공항역 등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서울시가 지하철 안전사고를 종식하겠다며 내놓은 운영 방침이다. 당시 구의역에서는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다 하청노동자가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임 사고를 당해 숨졌고, 김포공항역에서는 승객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지하철 안전보강대책 일부. 서울시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크게보기

서울지하철 안전보강대책 일부. 서울시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시는 그러면서 지하철에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안전조치를 마친 뒤 운행을 재개하도록 하고, 운행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기관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전관리인력도 역마다 2명씩 늘리고, 지하철 보안관을 총 50명 충원하기로 했다. 현행 지하철 역내 2인1조 근무 시스템도 이 시기부터 정착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시와 공사가 전장연 시위에 대응해 정시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최우선 가치로 내건 ‘승객 안전’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는 지난해 6월 업무 효율화와 안전업무 외주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현 정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직원 1539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6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대책안은 “차량 고장 시에는 관제보고보다 승객안내방송을 먼저 실시한다”고 돼 있으나,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새해 첫 출근길인 지난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봉천역과 7호선 온수역에서 선로이상(궤도장애) 등으로 열차 지연이 발생했으나 공사는 승객들에게 별다른 공지를 하지 않았다. 같은 날 전장연 시위와 관련해 승객 공지는 물론 재난안전문자도 여러 차례 발송한 것과 대조된다.

이호영 서울교통공사 노조 정책국장은 “정시성 강조는 물론 현재 철도안전법까지 동원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전장연의 권리 투쟁을 제약하거나 방어하는 모습”이라며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강경방침에 따라 공사도 발맞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 정부, 국회가 사태를 방관하면서 공사와 시민, 전장연 간의 갈등만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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