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바란다…고드름이 녹아 내리고 얼어붙은 서민들의 삶도 녹아 내리길

사진·글 문재원 기자
[금주의 B컷]봄을 바란다…고드름이 녹아 내리고 얼어붙은 서민들의 삶도 녹아 내리길

추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다. 눈 그치고 최강 한파가 찾아온 지난달 27일 서울 동자동의 쪽방촌. 좁은 골목길에 빼곡하게 들어선 쪽방들 사이로 날을 세운 바람이 불었다.

난간에 쌓여 있던 눈이 바람을 타고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쪽방들이 모인 한 낡은 건물로 몸을 피했다. 문도 열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들이 마주보는 어두컴컴한 복도에는 바람만 없을 뿐 한파의 냉기는 밖과 다르지 않았다. 철근을 드러낸 계단은 공용 화장실의 수도관 동파로 얼음에 뒤덮였다.

계단 위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입주민인 한 어르신이 빙판이 돼버린 계단을 불안불안하게 내려서고 있었다. 의지할 철제 난간조차 얼음이었다.

“여기는 북극이야 북극, 얼어붙은 건 집주인한테 말해야 해결해 준다는데….” 답답한 표정을 짓던 노인은 이내 기자의 손에 시선을 던졌다. “장갑 끼고 다녀야지, 그러다 손도 얼겠어.” 계단에 위태롭게 선 채 기자를 걱정하는 어르신의 말이 냉기뿐인 그 복도에서 잠시 따스함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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