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노동자 형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을 너의 모습 그려져 비통”

김세훈 기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노조 탄압 중단·강압수사 책임자 처벌·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총파업대회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노조 탄압 중단·강압수사 책임자 처벌·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총파업대회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5월1일 이른 아침 평소와 똑같이 아이들을 안아주고 집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와 서류 빠진 것이 있다며 아이들을 한 번 더 보고 집을 나섰을 때 너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빠 믿어요, 힘내요’ 문자를 확인하고도 가족과의 이별을 멈추지 않고 (어떻게) 그 길을 선택했는지 비통한 마음뿐이다”

노동절인 지난 1일 분신해 이튿날 사망한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전설지부 3지대장의 형 양회선씨가 17일 검은 상복을 입고 건설노조 집회 연단에 올랐다. 양 지대장의 부인과 누나도 함께 연단에 올랐다. 양씨는 양 지대장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양씨는 “투병 중이신 아버지를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여의고 우리 형제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족을 끝까지 지키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너 역시 힘든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을 것”이라면서 “세 차례의 소환조사와 휴대폰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등 그 고통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가족을 지킬 힘,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버틸 힘도 다 무너졌었구나”라며 흐느꼈다.

그러면서 “며칠간 꿈속에서 어릴 적 바닷가에서 뛰놀던 천진난만한 모습, 세례를 받고 우리 이제 천사가족이 되었다고 웃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갔다”며 “먼 훗날 널 만나면 ‘못난 형이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하지만 너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노력했었다고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고 꼭 이야기해줄게 사랑한다 내 동생”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 민주노총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는 양 지대장에 대한 추모 묵념으로 시작했다. 집회에 참석한 3만명(주최 측 추산)의 조합원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열사정신계승’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열사의 염원이다, 운석열 정권 퇴진하라”고 외쳤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양 열사의 죽음 앞에서도 정권과 경찰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면서 다른 수많은 건설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어 “건설노조의 투쟁은 건설현장의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라며 “우리는 결코 오야지에게 중간착취 당하고, 인권을 무시당하며 장시간 일하고도 정당한 땀의 대가를 받지 못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양 동지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다가 자신은 단 하루 일을 하고도 동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내줬다고 기뻐했던 동지였다”면서 “ 먹고살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이 죄냐”고 했다.

장원석 보건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열악한 건설 현장을 바꾸기 위한 정당한 조합 활동을 시정잡배, 공갈협박으로 매도하니 너무나 억울하고 참담해 동지는 몸을 불살라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며 “오늘이 건설이라면 내일은 보건(노조)이 될 수 있다. 오늘보다 못한 내일 살지 않기 위해 힘입게 투쟁하자”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어제 이곳에서 이태원 유가족과 추모제를 진행했다. 고통스러운 사람이 더 고통스러운 사람을 위로해야 하는 이 잔인한 현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윤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오후 3시20분쯤 집회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과 양 지대장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방면으로 나뉘어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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