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붙이 차고 일본 간 관광객 ‘벌금 1100만원’ 내야할 판

김세훈 기자

20만엔 이상 금 가져갈 경우 세금

1kg·순도 90% 이상은 세관 신고

한국 정부, 지난달부터 공지했지만

여행객들 모르고 갔다가 낭패 속출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여행사 부스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여행사 부스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일본의 금 밀수 단속 강화로 애꿏은 국내 여행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도 나서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일부 여행객들은 여전히 관련 규정을 파악하지 못해 낭패를 겪고 있다.

A씨(60)는 지난달 9일 평소처럼 금팔찌·목걸이를 착용하고 하나투어사를 통해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패키지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일본에 도착하자 세관은 A씨의 금 장신구를 확인하고 밀수 혐의로 구금했다.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금 장신구를 소지한 탓에 한순간에 밀수범으로 몰린 것이다.

A씨는 3일간 인근 호텔에 머물며 추가 조사를 받았다. 그는 금 장신구를 우선 압수하는 조건에 동의하고 나서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A씨는 다음 주에 한 차례 더 조사받으러 일본에 가야 한다. 압수된 금 장신구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A씨는 일본 세관으로부터 최대 120만엔(약 1100만원) 가량의 벌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안내받았다고 한다.

금 밀수가 기승을 부리자 일본 정부는 올해 금 밀수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면세범위(20만엔)를 넘는 금을 소지할 경우 세금을 지불해야 하고, 중량 1kg 이상 혹은 순도 90% 이상 금은 의무적으로 세관에 신고하도록 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달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 출입국 시 금 관련 단속이 강화됐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그러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은 A씨의 경우처럼 여행사만 믿고 일본으로 떠났다가 낭패를 겪기도 한다. 하나투어 측은 A씨의 관광객 출입국 신고서를 대신 작성해주면서 금 관련 주의사항은 안내하지 않았다. A씨 측은 6일 통화에서 “패키지여행의 경우 고령자가 대부분이라 세심한 공지가 필요함에도 여행사가 주의사항 안내 의무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며 “당시 세관과의 통역 과정에서도 가이드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더 커졌다”고 했다.

A씨는 일본에서 조사받을 당시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우선 세관에 잘못했다고 하라. 만약 책임질 일이 발생하면 우리가 같이 책임지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후 하나투어 측이 “(여행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는 권고 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선례에 비춰봤을 때 책임질 부분이 없지만 도의적 차원에서 왕복 항공비와 호텔비를 지원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본에 금 장신구를 차고 갔다가 낭패를 본 여행객은 A씨만이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금팔찌 차고 갔다가 밀수범으로 몰려 조사받았다’. ‘(세관에게) 벌금을 물 뻔했다’ ‘세금 내는 대신 금목걸이 보관으로 수수료 냈다’는 일본 여행객들의 경험담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일본여행 관련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에서 “지난달 31일 삿포로에 가며 비짓재팬앱을 통해 착용하고 있던 금목걸이를 신고했다”며 “세관에서 별도 공간으로 데려가 온몸을 터치해 검사하고, 가방을 하나하나 다 풀어 검사해 불쾌했다”고 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시에는 일본 출입국 과정에서 금 단속 관련된 문제가 이슈화되기 전이라 관련 안내를 드리지 못한 것은 맞다. 세관과의 통역의 경우, 통관 절차상 여행사 직원이 일일이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는 일본 관광객에게 금 단속 관련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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