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벌써 잊었나…아동학대 전담 경찰 2년째 감소

강은 기자

관련 사건 빠르게 늘어나는데…학대예방인력 올해 9명 줄여

일 터져야만 충원…“고생에 비해 실적 인정 못 받아” 기피도

2020년 10월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정인이 사건) 이후 3년이 흐른 가운데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 인력이 최근 2년간 계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건이 파장을 일으킬 때마다 전담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던 경찰은 과거 발표가 ‘비현실적’이었다며 목표치를 수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19~2023년 학대예방경찰관 인력 현황’을 보면, 전국 시·도 경찰청의 APO 인력은 2021년 737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22년 707명, 2023년(8월 기준) 698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568명이었던 APO 인력은 2020년 628명, 2021년 737명까지 증가했었다.

경찰은 주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해결책으로 전담인력 확대를 내걸었다.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 이후인 2021년 8월 경찰은 관계기관과 합동대책을 내놓으며 2023년까지 전문인력을 260명 추가 채용하겠다고 했다. 2016년에도 경찰은 기존 가정폭력전담관의 기능을 확대한 APO 제도를 신설하며 중장기적으로 인원을 1000명 수준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는 자녀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방치하는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논란이 될 때였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APO는 ‘기피 보직’으로 여겨지고 있다. 2016년부터 APO로 일하고 있는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심현규 경감(52)은 “사회 전반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신고가 늘어났고 (경찰의 사건 처리에 대한) 민원과 항의도 매우 많아졌다”며 “같은 민원에 몇년씩 시달리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심 경감은 “예방 업무 특성상 고생하는 것에 비해 실적을 인정받기도 어렵다”면서 “2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전담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아동학대 사건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의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2019년 4645건에서 2020년 5551건, 2021년 1만1572건, 2022년 1만1970건으로 늘었다. 2023년은 지난 8월 기준 8808건으로 올해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청 관계자는 “2021년 기존 APO 인력 일부가 스토킹전담경찰관으로 전환 배치됐기 때문에 충원한 인원에 비해 증가한 인원은 적어 보일 수 있다”면서 “APO가 담당하던 스토킹 업무도 함께 넘어갔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APO 인력 자체가 부족하진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21년 발표한 ‘2023년까지 260명 충원’ 계획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하면 총 100여명이 특별채용될 예정”이라며 “과거 정부 발표는 신규 채용에 관한 현실적 고려가 없었으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260명을 충원하겠다는 목표는 2025년까지 달성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계획을 정정했다”고 했다.

용혜인 의원은 “정인이 사건 발생 뒤 경찰은 아동학대 근절을 호언장담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인력은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소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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