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을 120일 앞둔 12일, 후보자들의 공약을 모니터링하고 성 평등 정책을 제안하기 위한 여성단체 연대체가 출범했다. 이들은 “중앙·지방정부의 정책 추진체계와 교육과정에서 ‘성 평등’과 ‘여성’ 지우기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정치권에 성 평등 공약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145개 여성단체가 모인 ‘어퍼’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이 젠더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지, 공천 과정에 젠더 관점이 반영돼 있는지, 후보자에게 성 인지 감수성이 있는지 제대로 따져 묻고 감시하고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퍼는 “우리나라 성별 임금 격차는 2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돌봄, 가사 노동은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며,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거나, 공원에서 강간, 살해당하기도 하는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성 평등 실현을 위해 국가와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부터 정치권은 혐오와 차별의 언어로 페미니즘을 왜곡하고, 구조적 성차별을 부인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했다”며 “그 결과 여성·성 평등 추진체계와 정책 퇴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제22대 총선 과정에서도 여성에 대한 혐오·차별 전략을 또다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어퍼는 2024년 예산안에서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 일터에서의 성차별 방지 등을 위한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성을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성 평등 정책을 실행해야 할 국가의 책무는 실종됐다”고 했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제3지대 창당 논의가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이들도 여성을 대변해 줄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며 “여성이 처한 차별적 구조는 외면한 채 여성도 군대에 가고, 남성이 육아휴직 하면 젠더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는 얄팍한 발상은 지금 정치가 여성과 성 평등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어떤 정치와 어떤 세상을 만들겠다는지 모르겠다”며 “양당 남성 기득권 정치와 다르지 않은, 소수 남성 집단 정서에 기댄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어퍼는 ‘성평등 예산 삭감’ ‘여성폭력방지 피해자 지원체계 무력화’ ‘성차별 정당 문화’ ‘페미니즘 백래시’ 등이 적힌 상자를 뒤집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향후 공천 가이드라인 제시, 성평등 정책 의제 제안, 후보자 캠프 구성원 대상 성 평등 교육 등 활동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