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치마 입은 비상구’ 논란···여성들 “우리도 바란 적 없다”

이유진 기자

“오히려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그림” 비판

행안부 “정부의 시안이 아니며, 임의로 제시된 것”

일부 언론에서 “새로 검토되는 비상구 속 픽토그램”이라고 소개한 그림(오른쪽)과 기존 비상구 이미지.

일부 언론에서 “새로 검토되는 비상구 속 픽토그램”이라고 소개한 그림(오른쪽)과 기존 비상구 이미지.

정부가 비상구 표지판에 치마 입은 여성 도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여성들도 원한 적 없는 뜬금없는 논란”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논란은 지난 12일 일부 언론이 행안부를 인용해 “대형 재난 시 시민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여러 유형으로 운영 중인 재난 대피소를 일원화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비상구 유도등 도안에 여성 그림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하며 시작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비상구 그림은 남자가 아니라 사람 표시다”, “‘여자=치마’라고 생각하는 건 시대 역행이다”, “국민 혈세 낭비하지 마라” 등 쓴소리가 나왔다.

직장인 A씨(29)는 “새 픽토그램을 보니 긴 머리에 치마를 입고 가슴 부분이 튀어나와 있었다”며 “여성 중에 이런 기호를 원하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되겠냐. 오히려 여성을 희화화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누군가 일부러 논란을 만들었다고 생각될 정도”라고 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어떤 기사에선 ‘여성단체 등이 요구해왔기 때문’이란 식으로 설명했던데, 그런 요구를 한 단체가 어디에 있나. 괴담 수준의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오히려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그림이다”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행안부와 소방청은 공동 설명자료를 내고 “비상구 유도등 도안 변경은 구체적 변경사항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언론에 보도된 여성 상징 유도등 픽토그램에 대해 “정부의 시안이 아니며, 임의로 제시된 것”이라면서 “추후 디자인을 변경하더라도 기존 설치된 유도등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설치되는 유도등에 적용하게 될 예정이므로 예산 낭비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비상구 유도등 도안은 1972년 5월13일 일본 오사카시 센니치 백화점에서 일어난 화재로 118명이 숨진 뒤 일본 정부가 ‘비상구 표시를 분간하기 어려워 피해가 컸다’는 판단에 따라 공모를 그쳐 만든 픽토그램(pictogram)이다. 현재 전 세계가 표준으로 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1992년부터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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