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인종, 다른 국가 출신, 다른 성별 등 나와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그 인종' '그 나라 사람' '그 남자/여자'처럼 뭉뚱그려 인식합니다. 우리 인식 속에서 낯선 특징, '돌출된' 특징을 중심으로요. 소수자는 특히 나쁜 인식을 심어주는 고정관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죠. 개별적인 경우인데도 집단이 그런 것처럼 싸잡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러시아에 사는 중앙아시아 이민자들은 테러범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어요. 원래도 차별받는 집단이지만 테러 이후 차별은 더 노골적으로 변했고, 린치도 빈번해졌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중앙아시아 출신들을 불법 단속·구금하고 있으며, 노동부는 이들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테러범을 향한 분노가 솟구칠 시기에 정부가 이런 조치를 하는 건 국민에게 '혐오해도 괜찮다'는 사인을 주지 않을까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정작 수도에서 일어나는 테러를 막지 못했습니다. 참사 발생 전 미국으로부터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전 경고를 받았음에도요. 전쟁에 힘쓰느라 국내 안보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책임을 피하려고 바깥으로는 우크라이나에, 안으로는 소수집단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13년 전 노르웨이 테러가 떠오릅니다. 2011년 7월22일, 극우성향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우퇴이아섬에서 총기를 난사해 노동당 여름캠프에 참가한 10대 청소년 69명을 살해했습니다. 당시 노르웨이 총리였던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참사 이틀 후 추도식에서 이렇게 연설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테러에 대한) 우리의 응답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개방, 그리고 더 많은 인도주의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어요. "우리는 증오에 사랑으로 답할 것입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가 배후임을 자처한 사건과 자국민 극우주의자의 테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노르웨이 역시 이 사건의 배경을 철저히 따지기보다 모든 책임을 브레이비크 개인에게 돌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요. 그러나 참사를 빌미로 전쟁과 혐오를 심화하는 것과 이를 계기로 정치 지형을 반성하고 공론을 이어가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은 대응인지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원식 기자는 6년 전 기획기사에서 참사를 겪은 나라들을 취재했습니다. 수많은 무고한 목숨을 잃은 이후, 어떤 나라는 총을 내려 놓았고 어떤 나라에서는 분쟁이 격화됐습니다. 한국에도 무수한 참사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사회를 덮친 슬픔과 분노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