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망치는 두 가지 착각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정치를 망치는 두 가지 착각이 있다. 뭔가 도모하다 보면 아무리 평등을 강조해도 결국은 맺고야 마는 지도자와 추종자 관계에서 일어나는 착각이다. 하나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지도자의 착각’이다. 중차대한 시기라 해서 큰 맘 먹고 내린 결정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에 갖는 착각이다. 다른 하나는 지도자를 자기보다 어른으로 여기는 ‘추종자의 착각’이다. 지도자를 따라다녀야 할 사람으로만 보기에 갖는 착각이다.

[세상읽기]정치를 망치는 두 가지 착각

지도자의 영향력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비판과 반대를 받는 것이다. 비판과 반대를 극복하면 영향력은 한층 커진다. 극복은 아니더라도 포용하면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지도자의 영향력은 권한과 권위에 바탕을 둔다. 권한은 지위가 준 힘이고, 권위는 추종자들의 동의가 준 힘이다. 권한을 지혜롭게 행사해 권위를 키우고, 권위에 바탕을 둬 권한을 행사해야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든 저렇든 지도자는 권한과 권위를 갖고 있기에 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요인이나 정당 대표의 언행에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반응하는 이유이다. 지도자에게 공과를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영향력을 중히 여기지 않는 지도자는 역할을 한정하면서 사회갈등을 방치한다. 그리하면 약자들이 큰 해를 입는다. 생명을 잃기도 한다. 강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노조 조직률이 10% 정도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대한민국은 더욱 그러하다.

강자에 대항할 조직재화마저 갖고 있지 못한 약자들은 지도자, 특히 대통령 같은 지도자의 개입이 없으면 강자와의 싸움에서 살아나지 못한다. 그리 되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유지되기 어렵다. 약자가 다수인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

늑대 공동체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같은 무리의 늑대끼리 서로 다투고 있으면 우두머리 늑대는 힘세고 포악한 늑대에게 장난을 걸어 싸움을 멈추게 하고 약한 늑대를 보호한다. 그러지 않으면 약한 늑대들이 다 죽거나 떠남으로써 공동체의 존립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때로는 흉포한 늑대를 추방하기도 한다.

지도자가 꼭 어른은 아니다. 어른은커녕, 어르고 달래줘야 할 어린아이다. 지도자도 칭찬을 먹고 자란다. 지도자는 그 누구보다도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혹은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보면 하나같이 그러하다. 인정을 받아야 권한과 권위를 얻을 수 있으니 더 그럴 것이다.

지도자에게 매달려 요구만 해서는 안된다. 권한과 권위를 공동체 유지를 위한 약자 보호에 사용토록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으로 만드는 데 사용케 해야 한다. 추종자들이 더 어른스러워야 한다. 미국 정치에 회자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에게 참모가 해준다는 말이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러시모어 산에 얼굴 하나가 더 들어갈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좋은 대통령이 되어 역사의 위인으로 남으라며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다. ‘좋은 지도자는 좋은 추종자가 만든다’는 말을 상기시켜준다.

지도자를 당장 바꿀 계기와 힘을 갖고 있지 못한 이들도 현명해져야 한다. 비판과 반대의 이유가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래야 한다. 비판과 반대만으로는 지도자를 움직일 수 없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다. 착각은 자유가 아니다. 공동체의 운명과 관련된 착각은 그러하다.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지도자와 추종자 모두. 그래야 뭇사람들이 숨 좀 쉬며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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