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인과응보, 사필귀정에, 요즘 속담으로 ‘제 팔자 제가 꼰다’에 해당하는 유명한 속담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입니다. 이 속담은 누구나 알 듯, 제 할 바대로 걸맞은 결과를 얻는다는 뜻입니다.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할 만큼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가득 들었고 콩기름도 짤 수 있으며 장 담그기도 좋습니다. 팥은 단백질이 콩의 절반밖에 안 들었습니다(대신 탄수화물이 많습니다). 팥으로 담근 장, 팥장이 있지만 콩이 반나절(6시간)만 불리면 될 걸 팥은 딱딱해 하루를 불려야 합니다. 게다가 팥장은 밀가루를 섞어야 끈기가 생기고 발효가 잘됩니다. 콩은 좋은 것, 팥은 좀 떨어진 것, 그렇게 <콩쥐팥쥐> 이름이 붙었겠지요. 그런데 왜 오랜 세월 굳이 콩과 팥이었을까요? 오이와 가지도 있는데. 단순히 좋다와 나쁘다의 선호 대비 때문이었을까요?

중국어에서는 나중에 들어온 것이나 효용이 떨어지는 쪽에 둘째간다는 뜻으로 ‘소(小)’자를 붙였습니다. 그래서 보리는 맥(麥)이고 밀은 소맥(小麥)입니다. 마찬가지로 콩은 두(豆), 팥은 소두(小豆)입니다. 콩과 팥은 모두 장미목 콩과의 식물입니다. 같은 과라서 비슷한 기온과 토양에서 자랍니다. 다시 말해서 콩과 팥의 생육조건은 거의 똑같습니다. 둘 다 pH6.5~7 내외의 물 빠짐 좋은 식양토에, 충분한 수분, 20~25도 근처의 온도에서 잘 자랍니다. 친척 작물이니 당연하지요. 가끔 콩밭에서 팥이 자라기도 하는 것 역시 콩 심다 팥알이 섞여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콩밭이 팥밭 되고, 팥밭이 콩밭 되는 건 밭이 달라서가 아닙니다. 심기는 ‘마음 밭’이 다 같지요. 뭐가 심겼는지 싹까지는 몰라도, 자라는 싸가지를 보면 콩쥐 행세한 팥쥐인 줄 알아채고 무리에서 솎아냅니다. 소와 두꺼비, 주변인 모두가 돕는다면 당신은 콩 심어 자란 콩쥐가 맞습니다. 심보와 인정은 뿌린 대로 거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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