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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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엔 정답이 없다. 창작자의 성공엔 모범답안이 있다. <예술가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라는 책을 나는 좋아한다. 25년 동안 네 단계의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면 성공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25년이라니 길긴 하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노오력’만 강조하는 사기꾼은 아니다. 재능, 운 등 여러 가지가 받쳐줘야 작가는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다. 지은이 앨런 보니스는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이끌던 현대미술의 산증인이다. “반 고흐는 아니지 않냐고 여러분은 물을 터이다.” 지은이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한다. “십여년 동안 그림을 그리다가 그는 죽었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때는 미술을 시작한 지 25년 되던 무렵이었다. 반 고흐가 오래 살았다면 피카소 못지않게 부와 명예를 누렸을 것이다.”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

2020년대는 어떨까.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전에 이 칼럼에서 살펴보았다. 작품값을 올릴 생각을 하지 말고 작가 이름값을 올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하기 제일 좋은 방법은 창작물을 공짜로 한참 동안 뿌리는 것이다. 얼마나 한참? 세상이 한창 변하는 중이라 아직은 잘 모른다. 몇 년이라고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다. 그래도 25년보다는 짧을 터이다. 이 책 역시 ‘열정페이’를 강권하지는 않는다. 돈에 대해 잊고 그 ‘한참’을 버텨야 작가는 살아남을 터이다. 멘털이나 주머니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어가족>으로 유명한 핑크퐁이나 방탄소년단의 경우를 보자. 처음부터 주목받았고 이전에도 활동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세계적 성공은 유튜브에 작품이 올라오면서부터였다.

빈틈을 노리는 방법도 있다. 휴가철에 모두가 휴가지로 몰려 빈방 잡기가 어려울 때 도심에 빈방을 잡고 ‘호캉스’를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모두가 새것을 내놓을 때 대놓고 옛것을 만들거나, 온라인과 공짜 창작물이 대세일 때 오프라인에서 살가운 유료 행사를 열거나 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지역서점들 사례도 한동안 미국 언론에 오르내렸다.

새 시대의 모범답안은 나와 있다. 옛날 <수학의 정석>을 풀 듯 나는 이제 풀이를 써내려가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나다. “뭉그적뭉그적 왜 몇 달째 주저하는가?” 답답한 나머지 스스로한테 물었다. “무얼 해야 할지는 알겠는데, 저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아이고, 사십줄에 웬 이런 사춘기 같은 대답을 한담. 이제 나는 나한테 무어라 말해야 할까? “정신차려라,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어떻게 먹고사냐”며 꾸짖을까, 아니면 “원래 하고 싶던 일이 무언지 찬찬히 생각해보자”고 달래볼까? 아무튼 낯선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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