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인 코로나 진단과 알츠하이머 진단

송민령 공학박사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닮은꼴인 코로나 진단과 알츠하이머 진단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일을 미루다가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의미다. 미뤘을 때 문제가 가장 심각해지는 것 중 하나가 건강이다. 더욱이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비용이 늘어나면서 병을 사전에 또는 조기에 진단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병의 진행을 사전에 막는 것을 예방의학이라고 한다.

송민령 공학박사

송민령 공학박사

예방의학이 가능하려면 조기진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처럼 신경세포들이 서서히 죽어가, 나중에야 증상이 뚜렷해지는 신경퇴행성 질환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까? 리 간(Li Gan) 등이 2018년 출간한 네이처 신경과학 논문에 따르면,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는 단백질들이 비정상적으로 뭉치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비정상적으로 뭉치는 단백질을 검출함으로써 신경퇴행성 질환을 조기진단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검출함으로써 코로나19를 진단하는 항체검사와 비슷하다. 그리고 코로나19 검사에서처럼, 신경퇴행성 질환을 조기진단할 때도 병의 초기부터 생겨나 병의 진행과 함께 양이 변하는 단백질, 위음성과 위양성을 모두 낮출 수 있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좋다.

가장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인데,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방법이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역할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속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며, 주로 잠자는 동안 뇌척수액을 통해 배출된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순환하는 액체인데, 두부처럼 말랑말랑한 뇌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적으로 뭉치며, 뇌척수액을 통해 빠져나가는 양도 줄어든다. 그래서 뇌척수액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양을 측정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다.

뇌척수액은 채취하기가 까다로워 뇌척수액 대신 혈액을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순환한 뒤 혈관으로 들어가므로, 뇌척수액에 있는 물질은 혈액에서도 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뇌에서 문제가 된 단백질을 혈액에서 검출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타우 단백질처럼 알츠하이머와 관련이 깊지만 혈액에서 빠르게 청소되는 경우도 있고, ‘알파-시뉴클레인’이라는 단백질처럼 혈액에 다량 포함되어 있어 진단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뇌척수액을 사용하는 방법에 비해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이는 코로나19 검사에서 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방법 대신 타액을 활용하는 간편한 방법이 나중에 등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강을 통해 감염되므로 비강에서 채취된 검체보다 타액이 더 간접적이다. 그래서 타액을 활용하는 방법이 더 늦게 개발되었고, 아직까지는 정확도도 대체로 더 낮다.

이처럼 알츠하이머의 분자 진단과 코로나19의 항원항체 진단은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 코로나 항원항체 진단에 쓰이는 기술이 알츠하이머 분자 진단에 쓰이는 기술(예: ELISA)과 동일한 경우도 많다. 생물학 연구를 할 때, 연구 대상인 분자를 측량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때로는 코로나19의 진단에, 때로는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는 알츠하이머병의 분자 진단 등 다른 진단기기의 개발과 예방의학에도 활용될 수 있다.

코로나가 예상보다 오래 계속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3차 대유행까지 시작되었다고 한다.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 우리가 쌓아가는 노하우가 코로나 이후에도 여러 가지 형태로 꽃피리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외국 기술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과학연구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과학연구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 저토록 다양하게 쓰이는 것을 두렵고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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