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안과 밖] 토요일 밤 긴급돌봄 발생!

토요일 저녁은 시간이 녹아드는 것 같다. 토요일 돌봄 근무가 끝나면 잔무를 처리하며 센터에 머물러 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집에 있으니 더없이 좋다. 으스스한 한기가 스며드는 밤마저도 그저 행복하다.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전화는 늘 이런 순간 울린다. 센터가 끝난 뒤 놀이터에서 놀고 왔는데 열쇠는 없어지고, 아버지는 전화를 안 받으시고, 휴대폰 배터리는 곧 꺼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아이는 쭈뼛거린다. 그 앞에도 두서너 아이들이 이런저런 일로 전화를 걸어왔던 터인데, 결국 귀찮은 일이 터졌다. 하지만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 좀 더 두들겨보고, 네가 갔던 친구 집에도 전화를 해서 어른들께 좀 찾아봐달라고 하라고 이르고, 나도 아버지께 따로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정말 받질 않으신다.

금세 또 전화가 울린다. 아버지는 계속 안 받으시고, 깜깜해지는데, 배터리도 조금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해요? 아이는 더 다급히 묻는다. 결국 “샘이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해결이 하나도 안 되잖아요. 이젠 어떻게 해요?” 하는 소리다.

다른 토요일 저녁이었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센터로 오라고 했을 것이다. 모처럼 집에 있는 토요일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래서 “글쎄, 상황이 그러면 샘도 어쩔 수가 없겠는데… 샘도 잘 모르겠다. 근데 왜 나한테 전화를 했니?”라고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오려고 하는 목구멍을 간신히 틀어막고, 인근 식당에서 아이를 만나기로 했다. 한참 몰두해 있던 일을 내려놓고, 내키지 않은 마음을 겨우 달래 나온 길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줄 모르는 아이는 만나기로 한 장소에 벌써 도착했다면서 또 전화를 걸어온다.

조금은 안도하는 빛을 보이는 아이에게 저녁을 먹이면서 아버지께 다시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받질 않으신다. “혹시 우리 아버지가 사고라도 나신 건 아닐까요?” 아이는 밥을 먹다 말고 다시 불안해한다.

밥을 먹으며 시간을 끌었더니 얼추 8시다. 하지만 아이와 다시 가보아도 집은 그저 캄캄하고, 아버지는 계속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더 이상 수도 없고, 밤바람이 제법 차서 얇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을 한 아이는 오들오들 떨기 시작한다. 잠시 센터라도 가 있을까도 고민해 보았지만, 토요일 밤에는 10시까지 있는 것도 집주인 할아버지 눈치가 보이고, 이 밤에 다시 썰렁한 센터로 가는 건 나도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센터는 결국 답이 될 수 없을 것이므로, 고민 끝에 결국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기로 하였다.

다행스럽게 아버지와 밤 10시가 다 되어 연락이 되었다. 집 안에 휴대폰을 두고 나오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 걱정을 하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휴대폰에 넋이 빠져 있던 아이는 안도를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토요일 밤 6시44분에 발생한 긴급 돌봄은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늘 이렇게 ‘만만한 어른’이다. 누가 욕을 했다고, 누가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고, 누구 집에 놀러가도 되냐고, 전화도 이렇게 시시콜콜한 것만 받는다. 그래도 이런 긴급 돌봄은 어쩌면 그런 만만한 어른들만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정부조차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건 싫다. 급여안도 없고, 백신도 없고, 그렇게 만만하게만 보는 건 너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