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경제’가 답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 동맹국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질서 재구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국은 2년 연속으로 초청을 받아 참여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콘월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여 재편되는 국제질서의 양상과 주요한 미래 의제들이 도출되었다.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통제 가능한 범위로 들어오기 시작함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준비가 세계 각국의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저성장을 극복하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우리나라도 그에 대한 해법으로 남북 간 평화경제를 본격적으로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저출생 및 고령인구의 증가와 생산인구 감소에 따라 저성장 기조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2013년도에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2%대, 2030년대 1%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2015년을 기점으로 우리 경제는 2~3%대를 오르내리다 코로나19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경협은 북한과 동북아라는 새로운 시장과 함께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여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평화경제는 2030세대에게 한반도 공동번영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MZ세대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환경, 기후변화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존의 한국판 뉴딜의 두 축인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남북협력과 공동번영의 구상으로 확장하는 평화뉴딜을 통해 남북의 미래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평화경제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 평화경제 차원에서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북한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를 통해 베이징 등 동북아 주요 도시와 1일 생활권을 형성하고, 물류 수송기간·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등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고속철도가 한반도와 대륙을 넘나들며 세계와 하나되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우리 학생들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드나들고, 중국·러시아·EU의 젊은이들이 백두산과 한라산을 오가며 한반도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디지털뉴딜 차원에서 남북 간 인프라 연결 초기부터 교통·수자원·재난대응 등 공공영역과 안전 분야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도 좋은 아이템이다. 그린뉴딜 차원에서는 저탄소 재생에너지 분야는 물론 북한 주요도시의 대중교통망을 전기차·수소차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남북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여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산림자원 보존과 친환경적 활용을 통해 북한의 산악지대는 한반도의 허파로 되살아날 것이다.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2020년 평창평화포럼에서 “삼팔선이 없어지고 남북 간 노동력과 자본의 교류가 이루어지면, 한반도는 10~20년 뒤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 될 것”이라고 한반도의 미래상을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협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남북 또는 북·미 대화는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성 김 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깜짝 임명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성 김 특별대표는 과거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하는 등 북한 문제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높다. 북한으로서도 대화를 재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상대라고 생각한다.

이제 북한도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지금 망설이면 너무 늦는다. 때로는 열 번의 고민보다 과감한 한 번의 행동이 필요하다. 훗날 10년 뒤, 50년 뒤에 돌아봤을 때, 지금 이 시간은 팬데믹 이후 한반도가 새로운 도약의 길로 진입하는 역사적 갈림길이었다고 평가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새로운 변화와 도전들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남북이 함께 헤쳐나간다면 반드시 풀릴 것이다. 저성장시대에 진입한 우리 경제는 물론 경제 성장에 총력 집중하고 있는 북한에도 평화경제가 새로운 활로가 되기 때문이다. 남북의 지혜로운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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