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만남이 가능한 학교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2학기 전면 등교 소식이 들린다. 주 5일 등교가 ‘교육의 정상화’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서적 우울, 돌봄 격차, 기초학력 저하…. 코로나19 장기 팬데믹으로 일그러진 일상의 리스크를 안고 아이들은 다시 긴 시간 학교에 머무르게 되었다.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코로나19로 학교의 역할이 명징해졌다. ‘학습’ 공간으로만 여기던 학교가 그에 못지않게 ‘친교, 돌봄, 복지’의 공간이었음이 드러났다. 개인적 돌봄에 취약한 학생들일수록 ‘학교가 전부였다’는 사실도 또렷해졌다. 앞으로의 교육개혁도 그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작년 발간된 한국교육개발원의 ‘코로나19 확산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보고서에선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서의 관계성 및 공동체성의 결핍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 대응 중 하나로 학급당 학생 수 제한을 언급한다. 현재 국회에는 ‘학급당 20명 상한’ 법안이 발의되어 있고, 입법에 관한 국민청원도 10만명을 넘어섰다.

효율을 중심으로 세워온 근대학교는 많은 학생을 ‘수용’하기에 급급했다. 한때 70명까지 치닫던 한 학급의 인원이 최근 평균 25명 선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교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를 학습과 치유, 돌봄의 공간으로 재구성하려면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는 게 최우선이다.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자는 건 ‘인간적인 만남이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들자는 얘기다. 무조건 인원수를 ‘20명’으로 제한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한 반에 10명 미만인 작은 학교에서도 소수의 교사들이 온갖 행정 실무에 치여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핵심이다.

집단화된 공교육 시스템 속에 개별화 교육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문해력이 떨어지거나 학습이 느린 학생에게 보조교사가 지원된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을 만나본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단편적인 학습 지원이 아니라고. 이런 현상들은 대개 개인적인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총체적인 진단과 꾸준한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다.

숫자나 번호가 아니라 한 존재로서 호명될 때 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얻는다. 한 아이가 더 섬세하게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적인 만남’을 맺을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유명 대안학교를 탐방하는 공교육 교사들은 대개 교육과정, 학사일정 같은 껍데기에 치중한다. 그렇게 해서는 대안교육의 정수를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주는 대안학교의 비결은 깊은 만남, 따뜻한 돌봄, 민주적 문화 같은 비형식적 교육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미 있는 만남’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스스로를 치유한다. 그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사람’을 바꾸는 건 ‘사람’이다.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한 아이를 놓치지 않는’ 인간적인 교육 혁신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제기되는 치유와 돌봄의 학교도,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운 미래교육도 거기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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