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농부 가려내고 농지소실 막아야

수치로만 보면 우리나라가 농업국가처럼 여겨지는 자료가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에 의해 발표되었다. 재산이 공개된 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지방자치단체 의원 1056명의 농지소유 비율이 각각 51.2%와 46.8%로 집계되어 무려 절반 정도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도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의 비율이다. 국회의원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지난 5월 이들 단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0명 중 81명(27%)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진짜 농민들이 이렇게 많이 정치권에 진출했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농지투기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허술한 농지법이 진즉 개정되었을 것이다. 지자체장과 의원들이 국회와 정부를 압박했고, 농지를 소유한 국회의원들도 법안 개정에 힘을 쏟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LH 사태로 급조된 실효성 없는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진짜 농부인지, 투기꾼 또는 투잡족인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농지법 제1조에는 “농지의 소유·이용 및 보전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하여 농업인의 경영 안정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및 국토 환경보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가짜농부가 판을 치도록 허점을 두면 이러한 목적은 절대 달성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농지는 진짜농부가 소유토록 하여 식량자급과 환경보전 등 본연의 공익적 역할에 활용되도록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소유와 이용실태를 상시적으로 파악 가능한 농지통합정보관리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별로 농지관리위원회를 설치해 현장조사단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농지를 소유한 공직자들의 농지법 위반 여부, 내부정보 활용 여부, 자경 또는 위탁경영 여부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여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넷째, 공직자의 농지소유와 관련한 제한 규정을 만들어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농지의 공익적 가치를 제고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이 실현되도록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는 농지를 훼손하는 사업이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진행될 경우 막을 수 있는 근거가 농지법에 없다. 따라서 국토계획법 등에 막을 수 있는 근거규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농지는 우리의 먹거리와 직결되어 있고, 환경보전 등 공익적 기능도 크다. 농지가 사라져가고, 가짜농부에게 뺏긴다면 우리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따라서 국회에 제출된 농지법 개정안은 실효성 있게 수정되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또 대선 주자들은 농지투기와 농지소실을 막고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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