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왜 성소수자 활동가를 꺼릴까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성소수자의 구체적인 일상과 이슈를 다루는 미디어의 시도들이 늘고 있다. 일터와 학교, 군대, 병원, 가족과 파트너십, 재생산과 부고까지 생애주기에 걸친 이슈들을 세부적으로 주목하는 기획이 눈에 띈다. 성소수자에게 귀 기울이고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공익적 사명감이 높아진 방증일 것이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미디어는 당사자의 얼굴과 발언을 담으며 효과를 높인다. 기자와 방송제작자는 줄곧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섭외를 문의한다. 하지만 차별 경험 있는 당사자를 연결하는 건 쉽지 않다. 원치 않은 노출과 불이익을 감수할 우려도 그렇거니와, 당사자성만을 명분 삼는 건 윤리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노출시키는데 언론과 방송인은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제안받은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뢰 가는 매체인지, 기획이 얼마만큼 준비되었으며 당사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지 등을 따지며 가부를 결정한다. 종종 활동가가 인터뷰에 참여하는 것을 역제안하지만, 많은 경우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되도록 활동 경험 없는 분이면 좋겠어요.”

이들의 ‘기대’와 달리 차별 경험 있는 성소수자는 그저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는다. 당사자는 차별을 구제받고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 결심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한다. 대응책을 강구하는 동안 안전을 확보할 방책을 도모하고 자신을 지지해줄 이들을 찾는다. 물론 이 과정에 신변을 위협당하거나 조롱과 오명을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을 차별이라 부르고, 개인의 구제를 사회 변화를 만드는 행동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미디어가 그토록 견제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차별을 증언하는 것은 이를 호명하고 시정하는 노력과 분리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짜깁기하고 오용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기에 기획과정에서부터 피드백하기까지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혐오의 희생자로 다루기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온 과정에 주목해달라는 제안도 빼놓지 않는다. 시행착오가 있을지언정 그들의 활동을 담는 시도는 다른 성소수자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이들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사와 방송은 개인에 국한한 차별 경험만 강조할 뿐, 이에 맞서 싸워온 노력은 편집되기 쉽다.

그렇게 결과물을 접하면 실망과 무력감이 들곤 한다. 애당초 성소수자를 피해자로 등치했으니 완전무결한 피해자 프레임은 피할 수 없을까.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성소수자를 대하는 연민 어린 관심은 이들을 동등한 성원으로 보기를 저해한다. 혐오 반대를 표명하고 지지하는 태도 너머 관계의 평등을,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그려낼 수 있기를 바란다. 언론과 방송이 찾는 인터뷰 대상이야말로 사건을 이슈화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참여해온 일원임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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