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의 기후변화 경고

오충현 동국대 교수

한라산의 진달래밭이나 영실, 지리산의 반야봉에는 말라죽은 구상나무들이 있다. 흔히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해 추운 곳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들이 적응을 하지 못해 말라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구상나무가 죽어가는 것에는 기온보다 봄철 가뭄이 더 큰 영향을 준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

오충현 동국대 교수

기후변화로 평균온도가 상승하지만 기온 편차도 심해지는 특성이 있다. 또 비나 눈이 오는 시기에도 영향을 준다. 이른 봄 사과나 복숭아 같은 과일나무들이 따듯한 날씨에 꽃을 피웠는데 갑자기 한파가 와서 꽃들이 져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이런 상황은 자연 생태계에서도 일어난다. 봄이 빨라져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와 벌과 나비가 활동하는 시기가 어긋나면 식물은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하고 벌과 나비는 꿀을 먹지 못해 죽게 된다. 이처럼 생태계의 상호작용에 빈틈이 생기면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 현상을 생태학적 불일치라고 부른다.

생태학적 불일치는 생물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비가 내리는 시기가 변화하는 것도 생물들의 생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장마가 7월 이후로 늦어지게 되면 벼에 한창 필요한 시기에는 물이 부족하고, 벼가 익어서 비가 도움이 되지 않는 9월에는 많은 비가 내려 벼농사에 나쁜 영향을 준다. 겨울철 눈과 봄철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발생하면 식물은 생육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고산지역에서 살아가는 구상나무들이 봄철에 심각한 가뭄 피해를 받아 고사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도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학적 불일치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름에 조금 덥고 겨울에 덜 추운 현상을 기후변화라고 여긴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끓는 냄비 속에 들어 있는 개구리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 옆에 와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 생태계의 가장 기초가 되는 식물들의 생육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생산자인 녹색식물의 피해는 소비자와 분해자의 피해로 연결된다. 결국 생태계 전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런데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해법은 피해자인 녹색식물들이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해법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작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실천이다. 지리산과 한라산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현 수준의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한다면 3년 전에 예측한 것보다 12년을 앞당긴 204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대비해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온도를 낮추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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