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교육 공약을 알고 싶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 교수

오늘날 교육문제는 대부분 실천 차원이라기보다는 그 실천을 규정하는 프레임 차원의 문제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어떤 조건을 필요로 하는지 등의 방식을 규정한다. 교사와 학생들의 활동들은 그 프레임의 한계 내에서 생산되고 재생산되며, 프레임이 잘못되면 그 안의 모든 성과가 무의미해진다. 비록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교사들도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더라도 잘못된 프레임 안에서라면 쓸데없는 헛고생만 하게 된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 교수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 교수

교육을 개혁하는 일은 그 프레임을 바꾸는 일이다. 고 노회찬 의원의 말을 빌리면 교육 프레임의 ‘불판’을 바꾸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생각하는 교육의 철학과 기능을 새롭게 규정하는 새로운 불판을 만드는 일이다. 대통령 선거는 그런 불판 교체를 제안할 만한 힘이 있다. 선심용 정책이 아니라 국민들이 감동받고 공감할 만한 새로운 프레임을 선도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대선 공약의 가장 큰 효과이다.

대선을 위해 여러 후보들이 뛰고 있다. 현재는 주로 인물평과 도덕적 흠결 중심으로 호불호가 가려지고 그에 따라 지지율이 춤추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얼마나 세련되고 영향력 있는 정책 프레임을 제시할 능력이 있는가가 판세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 인기에 영합해서 별 준비 없이 대선판에 뛰어든 후보자들의 경우 이 점에서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쪼가리 정책들을 ‘줍줍’하는 공약복붙집이 아니라 자신만의 참신한 프레임을 전면화한 정책들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도대체 대선 주자들은 교육문제를 어떤 프레임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혹자는 이번 대선에서 교육 공약은 건너뛰어도 좋다고 말한다. 지난 7월 국가교육위원회법이 통과되었고, 교육 관련 사항들을 한꺼번에 이 위원회에 떠넘겨버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7월에야 정식 출범하게 될뿐더러, 제대로 된 국가교육 기본계획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적어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프레임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허락받아야 하며,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의 결과물은 차차기 정부에서나 그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법의 통과로 인해 대선 주자들의 교육공약이 무대 뒤로 숨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과 상관없이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향방은 지금의 대선 주자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자칫하면 차기정부의 시간은 이대로 흘러가버릴 것이고, 또다시 교육문제는 그 임기 내내 수면 아래 잠자게 될 것이다.

한편,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국가교육위원회의 등장 이후 교육권력구조는 나름의 큰 변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중 하나가 교육부의 위상에 관한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손에 쥔 권력에 비해 성과가 미비했다. 대학구조조정을 하되 방향을 잃었고, 초·중등교육에서도 사사건건 시·도교육청과 충돌하였다. 이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교육부의 형태와 기능에 큰 변화가 모색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교육부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라는 고립적 단위를 배타적으로 관리하는 부서였다. 앞으로의 교육부는 지방소멸, 저출생, 노동양극화, 전문인재부족 등의 다양한 문제를 교육의 관점에서 범부처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교육을 지역-학교-노동-복지를 아우르는 포괄적 사회정책 한가운데 위치시키는 핵심 부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유·초·중등교육정책은 완전히 시·도교육청에 일임하여 지역별 다양성을 확보하는 가운데 교육부는 전국에 퍼져 있는 대학, 평생교육기관, 직업훈련기관 등을 지역 균형발전 패러다임 안에서 아우를 수 있는 혁신적 거버넌스 구조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교육예산을 쓰되 교육부 단독 집행이 아닌 지역-대학-노동-복지 등과 함께 집행하는 포괄적 복합예산으로 편성할 수도 있다. 교육부의 명칭도 학습과 인재개발을 독려하는 포괄적 사회정책 집행부서의 격에 걸맞게 바꿀 수 있다

이와 함께 시·도교육청은 예전보다 훨씬 강력한 지방분권적 권한을 가짐으로써 국가 단위로 획일화된 교육체계를 지방별로 특화시키고 교육 메리트 때문에 지방으로 이전하는 인구가 늘어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는 갈등상황에 발목 잡혀 있는 교육문제를 조정하는 조정기구이자 숙려민주주의 실험장으로서의 기능을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편이 좋다. 지난 역대 정부를 통해 설치되었던 대통령직속 교육 관련 기구들의 한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6개월 동안의 대선판에서 어떤 후보의 교육정책 프레임이 설득력을 갖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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