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맑게 지켜주는 느티나무

고규홍 천리포수목원 이사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하늘을 맑게 지켜주는 느티나무

잘 자란 느티나무 한 그루에는 무려 500만장의 잎이 달린다고 한다. 대략 300년쯤, 큰 가지의 훼손 없이 건강하게 자란 느티나무의 경우다. 이 많은 잎들은 제가끔 기공(氣孔)이라 부르는 숨구멍을 가졌다. 기공은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매연을 흡착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잎이 많으면 자연히 기공이 많아지고, 기공이 많으면 공기정화 효과가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느티나무를 이야기할라치면 많은 사람들이 199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를 첫손에 꼽는 데 머뭇거리지 않는다. 세 그루의 나무가 한 건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 가운데 언덕 위쪽에 서 있어 상괴목(上槐木·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나무가 특히 아름답다. 나무의 높이는 무려 30m에 이르고, 사람 가슴 높이에서 잰 줄기 둘레도 8m나 될 만큼 큰 나무다.

다른 두 그루도 높이가 20m, 15m나 되는 큰 나무이지만,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상괴목을 따르지 못한다. 언덕 아래에 있어 ‘하괴목’이라 부르는 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이며, 다른 한 그루는 언덕 너머 도로 쪽 꼭대기에서 우령마을의 랜드마크가 됐다. 세 그루가 마을 어귀의 낮은 동산에 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루는 자리에 제가끔 서 있어 마을 사람들은 ‘느티나무 세 그루가 이룬 정자’라는 뜻에서 삼괴정(三槐亭)이라고도 부른다. 무려 800년이나 우리의 하늘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자연유산이다. 삼괴정 느티나무는 각기 500만장이 넘는 잎을 가졌으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모두 1500만장이 넘는 초록 잎이 마을 하늘을 떠도는 미세먼지를 쉴 새 없이 빨아들이는 셈이다. 우령마을의 하늘이 맑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오늘은 유엔에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이다. 우리나라 주도로 제정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기도 하다. 무려 500만장의 잎을 달고 수굿이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며 사람살이를 지켜주는 한 그루의 느티나무를 오래 바라보고,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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