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종류의 하나인 졸참나무 한 그루의 천연기념물 지정이 예고됐다.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 마을 숲의 중심이 되는 나무다. 졸참나무로서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나무는 갈참나무·굴참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상수리나무 등 참나뭇과에 속하는 나무 중 잎과 열매가 가장 작아서 ‘졸병’을 뜻하는 ‘졸’자를 넣어 졸참나무라고 부른다.
잎과 열매는 작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크게 자라는 나무다. 영양 송하리 졸참나무는 마을 당산제를 지내는 당숲의 중심이 되어 사람살이의 안녕을 지켜온 큰 나무다. 250년쯤 된 이 나무는 높이 20m, 가슴높이 줄기 둘레 3.5m이고, 나뭇가지 펼침폭이 사방으로 18m에 이를 만큼 장대하다.
참나뭇과의 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 살림살이의 바탕이 되어왔다. 기후에 잘 맞아서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열매인 도토리는 먹을거리로 우리 살림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나무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 민족의 인문학적 가치와 의미를 가진 나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천연기념물과 같은 자연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나무는 많지 않다. 천연기념물의 경우 굴참나무 3그루, 갈참나무 1그루인 게 전부다. 소나무 36건, 은행나무 24건, 느티나무 19건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황을 감안하면 참나무는 지나칠 정도로 적다.
사실 참나무 종류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만한 크고 오래된 나무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오랫동안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땔감이 필요한 백성들에게 소나무 대신 참나무 종류를 베어가도록 정책적으로 권장했던 결과다. 민족의 삶을 애면글면 이어갈 수 있게 한 생존의 바탕이었지만 크고 오래된 나무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참나무 종류는 우리 민중의 삶의 무늬를 품고 우리 곁에 살아 있는 민족의 큰 나무다.
땔감으로 사용되면서 수난을 당해 오래 살아남지 못한 참나무 종류의 나무 가운데 더 의미 있는 나무를 찾아 더 오래 보호할 채비를 갖추어야 할 때다. 영양 송하리 졸참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이 그 첫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