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아남은 자연유산

고규홍 천리포수목원 이사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도시에 살아남은 자연유산

한때 ‘보물 1호’ ‘천연기념물 1호’를 맞히는 건 퀴즈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지정번호는 문화재 관리를 위한 것이지, 중요도를 가리키는 신호가 아니다. 문화재청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모든 문화재의 지정번호를 없애기로 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 국가가 부여하는 최고의 지위’인 천연기념물 가운데 지정번호 제1호를 부여받았던 건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이다. 대구 도동의 절벽에서 자라는 여러 그루의 측백나무를 묶어 지정한 것이다. 대구 외에 단양, 영양, 안동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측백나무 숲이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사람살이와 함께해 온 소중한 자연유산이라는 증거다. 같은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향나무에 비해 측백나무는 덜 알려진 탓에 일반에게 다소 생경한 게 사실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숲을 이룬 자란 측백나무 외에 홀로 긴 세월을 살아온 노거수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의 측백나무가 유일하다.

삼청동 측백나무 외에도 우리 문화의 배경을 이루며 살아온 크고 아름다운 측백나무는 곳곳에 살아 있다. 우리의 나무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채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측백나무를 찾아내 보호 대책을 세우고, 필요하다면 ‘천연기념물’ 지정도 검토해야 한다.

알려진 측백나무 가운데에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은 경기 부천시 여월동 측백나무(사진)다. 이 나무는 나이 500년, 높이 10m, 가슴높이 줄기둘레 3.42m, 나뭇가지 펼침폭 9m의 거목이다. 나무 줄기 몇 곳에 외과수술 흔적이 있기는 해도 여전히 생육 상태가 건강하고 수세도 왕성하다. 1980년대 초 나무 아래에 큰 불이 났지만 시민들이 꾸준히 관리한 결과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남았다.

시민들의 정성에 이어 이제는 나무의 관리 주체인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수한 자연유산을 효율적으로 지키고 널리 알려, 자연자원에 대한 수준 높은 인식을 함양하기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