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공개념과 개발이익 공공환원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존 로크는 <통치론>에서 ‘개인의 자기소유권은 천부적 권리이고 자신의 몸을 이용한 노동 또한 개인의 정당한 소유일 수밖에 없으며 모든 소유권은 노동과 신의 선물인 자연의 결합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과 공유자원인 자연을 결합하여 정당한 소유권을 획득하려면 타인에게도 충분한 공유자원이 보장돼야 한다. 이것이 로크의 단서조항이다. 분업과 거래로 뒤얽혀 사는 현대사회에서 이 조항을 충족하면서 토지를 획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엄격히 적용하면 헨리 조지가 말한 것처럼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는 토지에서 얻는 모든 지대를 공공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런 소유권 이론은 ‘내 몸은 내 것’이란 근대적 개인주의와 ‘신이 인간에게 하사한 자연’이란 기독교적 세계관이 결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원초적인 출발점이 있을까? 현대인이 당연시하는 토지 소유권이 원초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상누각으로 보인다. 토지 공개념은 바로 이런 출발점에서 형성됐다.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대부분의 토지는 로크의 단서조항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공유자원이다. 단위 면적당 공공투자 규모로 따지면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강남이나 명동 지역의 부동산 입지의 가치는 개인의 노력이나 투자가 아니라 공공의 투자로 만들어졌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토지와 공간의 효용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런 공유자원에서 얻어진 모든 불로소득은 마땅히 공공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것이 토지 공개념에서 얻어지는 결론이다. 부동산 투기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수록 불로소득도 늘어난다. 한국의 국민소득 대비 부동산시장 규모는 다른 주요국들보다 월등히 크다. 그만큼 투기가 횡행하고 불로소득도 만연한 것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토지로부터 불로수익이 창출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토지 공개념을 가장 잘 구현하는 개발방식은 개발 참여자들에게 노력의 대가만큼 적정 수익을 보장하고 나머지 수익은 공공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공공이 부정부패 없이 목적에 따라 추진한다면 공공개발방식이 토지 공개념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 문제는 공공개발이 이런 목적에 반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공공택지의 절반 이상이 민간사업자에게 매각되어 엄청난 개발이익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매년 4만~5만호의 주택이 이렇게 매각된 택지에서 민간분양으로 공급됐다. 매년 같은 규모의 공공분양 혹은 공공임대 주택이 추가 공급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논란이 되고 있는 판교대장 개발사업의 경우도 LH가 2009년 무렵 공공개발을 추진했던 곳이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정책기조 때문에 2010년 사업을 철회했다. 그 후 성남시가 우여곡절 끝에 민관합동개발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공공개발에 비해 개발이익 환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규모의 개발이익 환원이 이루어진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성남시가 환수한 확정이익은 5503억원이다. 선정 당시 예상됐던 개발이익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을 환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과열이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을 기대 이상으로 키워 반감을 사고는 있지만 사후적으로 돈을 많이 번 것만으로 문제라 할 수는 없다. 개발이익 환원이 적정한 규모로 이루어졌느냐는 이 개발사업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전적인 관점에서 평가돼야 하고 다른 개발사업과의 비교도 중요하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또 다른 문제는 법조계 전관 고문들의 50억원에 달하는 뇌물수수 의혹과 공무원들의 비위 의혹이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법조-금융-토건 카르텔의 부패가 연루된 사업이라는 의혹이 짙다.

최근 참여연대 자료에 따르면 3기 신도시 5곳에서도 민간에 판매한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한 채당 약 1억원, 총액으로 약 8조원의 개발이익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기 신도시 개발이익에 대한 환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금처럼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 공공택지에 공공주택만 공급해도 전체 시장에서 공공주택 비중은 30%를 넘지 못한다. 그래야 공공개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현행 개발이익 환수제도도 고쳐야 한다. 개발부담금이 실제 개발이익을 반영해야 하고 부담률도 높여야 한다. 부동산 공화국에 공분한다면 이제는 해결방안을 찾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투기가 판치는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지금이 토지 공개념을 구현하는 법에 사회적 총의를 모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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