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의 현관에 서 있는 사람
현관에 고인 찬바람 속의 사람
한 발은 안에
한 발은 밖에
가물가물 걸치고
가만히 서서 발에 물집이 잡히는 사람
고개 든 채 잠든 오령의 멧누에 꿈속처럼
무릎 없이 변모를 기다리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강기원(1957~)
출입구와 실내 사이에 있는 현관은 묘한 공간이다. 건물 내부지만 온전히 안이라 하기엔 조금 애매하다. 현관은 건물의 규모에 따라 크거나 좁고, 화려하거나 수수하다. 아예 없기도 한데, 이때 둘 데가 마땅찮은 것이 신발이다. 현관의 주인은 신발이다. 신발은 사람과 땅의 직접적인 대면을 막아준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옴으로써 더러운 것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다. 현관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 외출과 귀가의 반복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이 시에서 현관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고, “나는 밤의 현관에 서 있”다. 낮이 삶이라면, 밤은 죽음이다. 한 발을 밖에 걸친 나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다. 오령(五齡)은 누에가 네 번째 잠을 잔 뒤 고치를 짓도록 마련한 섶에 올릴 때까지의 사이를, 멧누에는 산누에를 말한다. 우화(羽化)할 때가 됐음에도 현실에 안주하는, 길들지 않는 야성이 내면에 존재함에도 ‘변모’만 기다리는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현관을 나서지 않으면서 자유인의 삶을 동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