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 예비군 아저씨

동네 근처에 예비군 훈련소가 있다. 삐딱하게 군모를 눌러쓴 예비군들이 가끔 보이곤 해. 한동안 코로나19로 예비군 훈련이 없나 조용하던데, 앞으론 소집 훈련을 재개한다니 내 눈에도 띄겠군 그래. 예비군 훈련장 근처를 지나가면 확성기에 군가가 왱왱.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직장마다 피가 끓어 드높은 사기. 총을 들고 건설하며 보람에 산다. 우리는 대한의 향토 예비군. 나오라! 붉은 무리 침략자들아. 예비군 가는 길에 승리뿐이다….” 붉은 무리는 누구를 가리키는진 잘 모르겠고. 작곡가 이화목은 가수 정미조가 노래해 히트시킨 ‘개여울’을 작곡한 분. ‘비둘기 집’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랑’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는데 군가도 여러 편.

예비군들의 행진은 요쪽 말로 느려터진 싸목싸목(느린) 행진. 그러면 사투리에 능한 교관 병장이 “선배님들! 싸개싸개(빨리빨리) 갑시다잉” 한마디. “아따 애기가 울먹이고 고생 안허요. 도와가믄서 싸개싸개 합시다들.” 장교 출신 예비역이 거든다. “먹탱이(귀머거리)들 실기(가는 귀)가 묵어가꼬 먼말인지 당최 모르겄소잉.” 해찰을 부리며 뒤따르는 예비군 아저씨들. 과거 예비군 동원훈련 며칠 동안 고생을 하면서 지냈던 밤들을 기억한다. 별들이 참 많이도 뜬 밤이었지.

지구 한쪽에선 쉬지 않고 전쟁이 계속. 가까이 북녘에선 개혁 개방의 축포 대신 거푸 미사일을 쏘며 근육질을 보여준다. 여기에 남녘 새 정부는 강력한 군사훈련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는데, 예비군들은 얼른 집에 가서 발 닦고 젖먹이 애기랑 놀아주고 싶어. 총 쏘는 법도 배웠건만 집에서 ‘높은 분’이 입으로 따다다다 쏘는 말 총탄에 평생 부상병 신세.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해보지만 이뤄지기 힘든 일임을 집 안에서 몸소 체험. 특히 인척이나 지인들에 의한 언어폭력, 언어총탄들에 그만들 맞아 죽었으면 바라는 예비군들. 먹고살기도 힘든 세상에, 예비군 훈련만큼은 살살 좀 했으면. 언젠가 군가는 통째 잊고 ‘개여울’을 부르며 살았으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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