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은 정보, 즐거움은 보상

김태권 만화가
[창작의 미래] 교훈은 정보, 즐거움은 보상

‘핑크퐁 한글’ ‘토도 수학’ ‘세이고미니’….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린이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에 관심이 갔다. 궁금했다. 교육용 인터랙티브 앱은 게임과 어떻게 다른가? 둘 다 예쁘고 재미있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앱을 겪어본 끝에 나는 생각했다. ‘아이의 참여에 보상을 많이 해주면 게임, 보상을 덜 해주면 교육용 앱’이라는 것이다. 중독성 문제를 염려한 걸까 추측은 한다. 몇 해 전 어느 칼럼에 쓴 내용이다. 그 후로 나는 보상이라는 문제를 죽 고민한다.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

보상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다. 예전에 어떤 자리에서 게임 문화를 연구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이 빠르게 발전한 배경으로 그분은 외환위기 이후 어려워진 살림살이를 꼽았다. 열심히 일해도 사회가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았다. 참여한 만큼 제대로 갚아주는 세상은 게임 속 세상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에 집중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이 설명이 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이런 종류의 가설은 어떤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아무튼 솔깃한 이야기였다.

나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 보상의 문제를 웹툰과 웹소설과 만화 등 내가 익숙한 창작물로 유추해본다. 창작물에는 작가의 주장 또는 작가가 알리고 싶은 정보가 담겼다. 독자는 정보를 받아가는 대가로 보상을 얻는다. 대표적인 보상은 즐거움이다. 꽤나 오래된 모델이다. 로마 시대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시학>이라는 글에서 “교훈과 즐거움을 버무린 작품을 만든다면 시인은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썼다. 교훈이 정보, 즐거움이 보상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즐겨 인용하는 대목이다.

창작물과 게임의 보상은 여러 가지다. 작품 자체의 재미도 보상이다. 작품을 통해 독자 또는 플레이어가 얻게 될 자존감도 보상이다. 현실에서 좌절을 겪은 사람이 게임이나 창작물에 참여해 상상세계의 사랑과 명예와 성공을 얻기도 한다. 게임과 웹툰과 웹소설은 작품 속 보상이 큰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대리만족으로 현실도피를 조장한다’거나 ‘어린이와 청소년을 타락시킨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글쎄다. “그 이야기는 <신데렐라> 같다”는 말은 비난하는 의미로 쓰이지만 <춘향전>은 ‘신분제에 맞선’ 고전으로 인정받는다. 둘 다 ‘신분 상승의 대리만족’을 보상으로 하는데 말이다.

새로운 추세도 눈길을 끈다. 게임과 창작물 바깥의 현실세계에서 보상이 나오기도 한다. 게임을 하면 상을 받고 작품을 보면 포인트를 쌓는다. 공부조차 이렇다. <데이터가 뒤집은 공부의 진실>이라는 책이 있다. 지은이 나카무로 마키코에 따르면, 돈을 집어주는 것도 방법만 제대로라면 공부하는 아이에게 적절한 보상이 된다고 했다. 게임하면 돈을 번다는 플레이 투 언(P2E)과 학습하면 돈이 된다는 런 투 언(L2E) 모델이 블록체인과 맞물려 새 사업모델이 되는 세상이다. 게임과 웹툰과 웹소설과 공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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