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
아리 폴만, 더 콩그레스, 2013 ⓒAri Folman

아리 폴만, 더 콩그레스, 2013 ⓒAri Folman

미래는 거의 인간의 상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상상은 발명의 촉매가 되어 현실을 만든다. 그러므로 상상은 미래를 예언한다. 가상인간 로지의 활약상을 보면서,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 기술로 탄생한 외모가 빛나는 로지는 가수로 활동하면서 기업의 협찬을 받고 광고모델로도 활약한다. AI 음성합성 기술이 만들어준 목소리를 장착한 로지는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게스트로 출연한다. 로지 외에도 한유아, 루이, 김래아 등의 가상 인간들이 아티스트로, 인플루언서로 온라인 공간을 누빈다. 이제 아리 폴만이 2013년 발표했던 ‘더 콩그레스’가 보여준 세계가 실현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단편소설 ‘미래학 회의’를 원작으로 만든 ‘더 콩그레스’에는 자신이 연기하는 모습을 3D로 스캔한 데이터를 영화사에 파는 대신, 20년간 실제 배우로서는 연기하지 않기로 계약하는 배우 로빈 라이트가 등장한다. 나이가 들면서 대중에게 외면받던 그는, 영화사가 그의 연기 데이터로 만든 가상의 여배우 로빈 라이트 덕분에 늙지 않는 온라인 스타가 되어 대중의 사랑을 되찾는다. 계약이 만료되는 20년 뒤 영화사는 로빈 라이트를 ‘미래학 회의’에 초대했다. 학회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환각의 앰플을 소개하며, 사람들을 환각 세계에 발 딛도록 설득한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계가 열리지만, 이 환각을 좇는 인간들의 선택으로 물리적 육체가 머무는 현실은 황폐해져간다. 이제 우리는 미디어의 권력화된 환각 앞에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세계에 대한 독한 은유로 가득 찬 ‘더 콩그레스’의 세상을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


Today`s HOT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해리슨 튤립 축제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불타는 해리포터 성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