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
리어노라 캐링턴, 화요일, 1946, 54×83.2㎝, 패널에 템페라

리어노라 캐링턴, 화요일, 1946, 54×83.2㎝, 패널에 템페라

천지창조의 셋째 날, 신은 물을 한곳으로 모아 물과 땅을 나누었다. 바다와 육지가 창조된 이후, 땅은 풀과 나무를 기른다. 나무는 열매를 맺고, 다시 씨를 내리고 또 새로운 생명을 기른다. 비로소 지구 위로 다양한 생명체가 서로 다른 생존의 방식으로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일랜드 출신 어머니와 유모가 들려주는 켈트신화와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를 들으며 성장한 리어노라 캐링턴(1917~2011)은 천지창조의 세 번째 날인 화요일을 상상하며, 아일랜드의 첫 번째 정착민으로 켈트신화에 등장하는 케사르를 떠올렸다.

합리성보다는 환상성이 매혹적인 켈트신화는 자연친화적 세계관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안에서 여성성은 자연과 더 깊숙이 관계 맺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여신이 가부장제의 희생자이거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충실한 수행자로 등장하는 데 반해 켈트신화의 여신은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원시적 독립성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런던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막스 에른스트를 비롯한 초현실주의자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나간 캐링턴에게, 아일랜드에 첫발을 내딛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 케사르는 제도에 종속된 채 순응하는 존재라기보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펼치는 독자적 존재로 다가선다. 작가는 중세미술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템페라 기법으로 케사르가 등장하는 ‘화요일’을 완성했다. 특유의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오가는 필치와, 인간과 동물의 형상을 자연스럽게 혼성하여 현실 너머의 세계를 불러들이는 화면이 온화하다. 작가는 가톨릭과 켈트신화의 마법적인 면을 혼성하면서 그가 상상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비전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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