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
세실리아 비쿠냐, Quipu Womb(The Story of the Red Tread), 2017, 혼합재료, 13회 상하이비엔날레 설치장면 ⓒCecilia Vicuna

세실리아 비쿠냐, Quipu Womb(The Story of the Red Tread), 2017, 혼합재료, 13회 상하이비엔날레 설치장면 ⓒCecilia Vicuna

참여 작가 가운데 90%가량을 여성으로 구성한 올해의 베니스비엔날레는 황금사자상, 평생공로상 수상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세실리아 비쿠냐를 선정했다. 1948년 칠레에서 태어난 비쿠냐는 작가, 영화제작자, 시인, 활동가 등의 역할을 아우르며 환경 파괴, 인권, 전 지구화 이후의 문화 동질화 현상 등 현대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접근한다.

순수미술을 전공하던 대학원생 시절, 그는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권을 출범시킨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의 활약을 지켜보았다. 런던으로 유학길에 오른 후 1년이 지난 1973년, 아옌데가 이끄는 인민연합 정부가 미국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안고 있는 피노체트 주도의 군사쿠데타로 무너졌다. 독재정권의 학살을 피해 망명길에 오른 수십만 칠레인과 마찬가지로 비쿠냐는 귀국을 포기했다.

작업 활동 초기부터 칠레의 전통과 역사,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하던 작가는 모국의 상황을 비롯한 인류의 현실을 예술언어로 발언한다. 시적 은유에 가까운 그의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에 ‘키푸’가 있다. ‘결승문자’라고 해석되는 ‘키푸’는 고대 안데스 지역에서 숫자를 비롯하여 이야기, 노래 등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염색한 끈 등을 매듭지어 표시하던 일종의 언어시스템으로 여전히 ‘해독 중’에 있는 문자다.

작가가 재해석하여 작업으로 선보이는 ‘키푸’에는 안데스 산맥 일대에서 문명을 구축한 고대 잉카인을 비롯하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일군 선조에 대한 존중, 이들의 삶을 동시대 안에 의미 있게 자리매김하고 싶은 작가의 열망이 담긴다. 인류 공동체가 더 행복한 삶을 위해 극복했어야 할 굴곡의 역사와 상처 역시 작가의 손끝에서 매듭으로 기록되어, 세대를 가로지르는 기억의 통로에 아프게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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