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는 가능한가

조광희 변호사

암기력 좋고 성실한 우영우
변호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성 부족한 우영우
이해하고 보충해줄 조력자 없다면
변호사 업무 수행은 위험천만하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계속 화제다. 어느 자리에 가도 “우영우 보셨어요?”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 변호사들은 법과 법률가를 다룬 드라마를 선택할 때 신중한 편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출 수밖에 없는 드라마는 법률가가 보기에는 너무 단순화되어 있거나 현실과 동떨어져서 어색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워낙 화제가 되니 외면할 도리가 없어 며칠 전부터 보기 시작했다.

조광희 변호사

조광희 변호사

소문대로 주인공 박은빈의 연기가 인상적인데, 그 외에도 대중이 환호할 요소가 많다. 사람들은 천재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 천재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솜씨도 좋고,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뜻하다.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한 이후 우영우 같은 변호사가 실제로 가능하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환자 안에서도 능력이나 장애의 정도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 장애가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정도는 알지만, 보다 구체적인 지식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선천적으로는 부족한 사회성을 명석한 두뇌와 학습을 통하여 보완할 수 있으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가’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방대한 법률 공부를 마치고 시험에 합격하면 되는데, 우영우 정도의 비상한 학습능력이면 안 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암기력에 강점이 있다면 유리하다. 1만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법학 교과서들을 소화한 후 어떤 주관식 질문에 대하여도 꽤 긴 분량의 답안을 작성해야 할 때 암기력은 큰 도움이 된다. 한편 상당한 성실성을 발휘해야 방대한 학습량을 감당할 수 있다. 두뇌는 뛰어나지만 성실히 학습하는 태도가 부족해서 곤란을 겪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널리 살펴볼 필요 없이 지금 대통령을 보면 된다. 흔히 ADHD로 알려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경우에는 변호사 되기가 쉽지 않겠지만, 사회적 소통능력에 장애가 있을 뿐인 우영우는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우영우가 변호사 업무를 잘해낼 수 있을까? 변호사의 업무는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천재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압도하는 분야가 아니다. 명석할수록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천재적인 발상이 업무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는 예외적이다. 다른 변호사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논점과 방안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균형 잡힌 사고와 성실성 그리고 집요함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높은 이해와 섬세한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하다. 동료와 일하거나 상대방과 전투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그런 능력이 필요하지만,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물론 간단한 사건도 많지만, 변호사가 능력을 발휘하는 사건이란 복잡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재판이 벌어질 정도라면 이해당사자 사이에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과 입장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이때 왜 당사자들이 각자의 주장에 사로잡혔는지를 이해하고, 어느 쪽이 더 견고한 견해인가를 알아채며, 나름의 논리를 정립하여 판사의 마음을 뒤흔들려면, 건전한 사회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명석해도 미묘한 사회적 감각과 민첩하고 예리한 의사소통능력이 부족하면 해결은커녕 핵심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지레짐작으로 우영우는 안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판타지와 현실을 구별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우영우는 변호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장애를 이해하고 늘 보충해주는 조력자가 없다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건 위험천만하다.

변호사를 시작할 무렵에 어느 저명한 미국 로펌의 업무표준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스무 개가량의 항목이 있고, 항목마다 서너 개의 문장이 적힌 이 문서를 요즘도 가끔 살펴본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사실관계, 개념, 그리고 의견을 명료하고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관념을 강력하고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의뢰인의 목적과 이해의 수준에 부합하는 실질적이고 법적으로 건전한 자문을 제공한다. 가능한 전략들을 산출해 낸다. 거래의 새롭고, 일상적이지 않은 측면을 인지한다. 가장 적절한 행동 순서를 선택한다. 적절한 대안적 견해와 행위의 순서를 고려한다. 합의의 영역을 발견해 낸다. 직원들의 기여를 인지하고, 고무함으로써 그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잠재적인 의뢰인을 찾아내고, 관계를 발전시킨다.”

평범한 변호사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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