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아빠 구인공고문을 보다가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유튜브 채널 ‘승우아빠’의 편집자 구인공고문이 최근 SNS에서 소소한 화제가 됐다. 업계에서 보기 드문 고정급 보장에 상당한 액수가 특히 주목받았지만, 승우아빠의 공고문은 좀 더 특별했다. 급여 수준을 명확하게 밝혀 적었고, 인센티브 기준을 작업물의 조회수가 아니라 개수로 잡았다. 채널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직무능력과 작업조건, 지원서 심사에 걸리는 시간과 그 처리방법을 분명하게 밝혀 적었다. 편집 능력 테스트에 따른 테스트비도 지급한다. 지원자도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계약방식이나 급여지급일까지 밝혀 적었다.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대부분 기업의 채용공고엔 없는 내용들이다. 기본적인 회사 소개도 없고, ‘내규에 따름’ 따위로 적어 급여 수준도 알 수 없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설명해주는 경우도 드물다. 각종 절차로 채용까지 며칠씩 소요되지만 교통비도 지급되지 않는 일은 부지기수다. 인턴을 뽑는다는데 실제 직무는 사실상 계약직에 가까운 공고문도 있다. 그런 공고문들만 봐왔던 청년들이 승우아빠 채널의 채용공고문에 환호를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승우아빠의 직원 대우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잘 알려져 있다. 과거 레스토랑 직원으로 일할 당시 노조위원장을 지내며 동료직원들의 처우개선에 앞장섰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자기 레스토랑을 차린 지금도 직원식을 직접 만들어주면서 개선사항을 청취한다. 개업 초 쉬는 시간이 짧아 직원들 점심 먹을 시간이 없자 곧장 1시간을 더 늘렸단다. 1시간 더 일하면 한 달에 1000만원 더 벌겠지만, 그 때문에 직원이 퇴사하면 그게 더 큰 손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레스토랑에 다녀온 사람들은 음식도 음식이지만 직원들의 친절에 감동받았다는 후기를 줄줄이 남긴다. 청년들도 존중을 받으면 기꺼이 화답한다.

이런 모습이 공고문에도 녹아 있다. 일의 목적과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안내하며, 사용자의 책임과 노동자의 성과를 구분하고, 자신을 위해 일해줄 사람을 뽑는 데 들어가는 ‘품’은 온전히 업체에서 진다는 것. 적어도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지 갑을 관계가 아닌 상호 동등한 관계이며, 심지어 사용자가 을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이런 경영진이 운영하는 회사라면 믿고 지원해봐도 좋겠다는 확신이 든다. 고작 채용공고문 하나로도 그런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소위 MZ세대의 일 태도에 관한 여러 담론들이 있다. 개인주의적이고, 힘든 일은 안 하려 들고, 언제든지 관두려 한다는 식의 이미지들이 언론이나 기성세대, 최근에는 같은 청년 세대로부터까지 제기된다. 그런 경향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다만 그 경향이 계급이나 젠더, 직업군 등의 요인에 따라 서로 다른 맥락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진정 동질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만한 기성세대 사용자들의 일 태도에 대해 먼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차라리 유익할 것이다. 그들은 채용지원자들에게 충분한 존중을 보내고 있나? 젊은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나?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 왔나? 보상은 적게 주면서 업무량은 잔뜩 늘리는 식으로 ‘효율 극대화’하는 데나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나?

젊은 직원들의 일 태도는 그러한 기성세대 사용자들의 경영 태도에 따른 일종의 피드백으로서 형성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요즘 각종 기업의 채용공고문에 자주 달리는 질문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결원 모집인가요, 추가 모집인가요?” 이 회사가 사람을 존중하는지, 혹시 그러지 않아서 앞선 인력이 도망간 것은 아닌지, 아니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해 비전을 가질 수 있는 회사인지를 검증하려는 질문이다. 사용자가 존중을 보내고 비전을 보여주면 노동자는 적극적인 일 태도로 보답한다. 모든 젊은 세대가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존중조차 없는 직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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