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문서로 론스타 소송 졌다

송기호 변호사

“하나금융의 보고서를 받고 놀랐다. 하나금융에 요구했던 범위를 벗어났다. 나는 그저 하나금융에 론스타와의 주식인수 계약을 계속 유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었다. 그렇지만 하나금융은 보고서에 주식인수 가격을 깎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담았다. 나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나는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론스타 사건 판정문 241면)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그러나 론스타 사건 판정부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론스타 사건 실무 책임자 손주형 팀장의 증언을 배척했다. 인수 가격을 깎아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의 증언도 외면했다.

금융위의 내부 문서가 패소를 불렀다. 판정부는 대한민국 금융위는 지문을 남기지 않는 전략을 세웠으나 그 내부 문서에 많은 유죄 증거가 담겨 있다고 썼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패소 판정을 무효로 만들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국민이라면 당연히 희망하는 론스타 판정 무효 가능성은 없다. 판정 무효 절차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중 누가 옳은가를 다시 판단하는 절차가 아님을 한동훈 장관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 것이다. 만일 한 장관의 주장처럼 론스타 판정 무효 신청을 하고, 사건 진행에 3년 정도 걸리면 배상액은 대략 3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한 장관은 대한민국이 왜 패소했는지를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한다.

금융위는 하나금융의 보고서를 제출받기 직전인 2011년 11월6일에 <론스타 주요 쟁점>이라는 문서를 만든다. 이 문서에서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도 일을 진행할 방안을 연구했다. 심지어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의해 계약금을 몰취당할 문제까지 검토한다. 법에 따라 론스타 대주주 자격과 하나금융 인수 자격을 심사하는 기관인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보고서를 기다리면서 이런 문서를 만들었다. 판정부는 금융위에 그 이유를 물었으나 금융위는 설명하지 못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위는 하나금융 보고서를 받은 직후인 2011년 11월18일 <론스타 관련 Q&A>라는 문서를 만든다. 금융위는 이 문서에서 하나금융이 국내 정치 환경과 국내 금융시장 상항 등을 고려하여 기존 계약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론스타에 설명했다고 담담하게 기록했다. 손주형은 하나금융 보고서에 가격 인하가 언급되어 놀랐다고 증언했으나, 금융위는 놀라지 않았다. 더 심각한 금융위 내부 문서들이 증거로 제출되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라는 문서에서 금융위는 하나금융의 인수를 승인해 주면 론스타 먹튀를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국회 청문회나 감사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 염려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매각>이라는 문서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다.

더욱 결정적인 문서가 있다. 금융위는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관련 금융위 검토>이란 내부 문서에서 세 가지 선택 대안을 검토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문서 작성 3주 전에 하나금융 관계자가 론스타 관계자를 하와이에서 만나 검토했던 대안과 동일하다. 여기에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하고 하나금융의 주식 인수를 승인하는 방안이 같은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다. 판정부는 이를 금융위와 하나금융의 ‘비밀작업’의 증거라고 보았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위 하와이 회합 직전인 2011년 3월1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만났다. 판정부는 이 둘의 관계를 이렇게 판단했다. “금융위원장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하나금융 회장과 소통했는데, 금융위가 승인을 하려면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금융 김 회장은 론스타의 주가조작 유죄판결 이후, 문제의 e메일을 론스타 회장에게 보낸다. 이는 판정문에 모두 다섯 차례나 증거로 인용된다. 주가 조작 사건을 일으킨 론스타에 외환은행 주식을 증권거래소 주식시장에서 공개 매각하라는 징벌적 매각 명령 요구가 높지만 하나금융은 그리하지 말도록 금융위를 설득했다고 썼다. 판정부는 이렇게 말한다. 금융위는 론스타에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론스타를 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으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인수를 취소하지도 않았다. 금융위 조직의 이익을 위하여 불법적으로 가격 인하를 지휘하였다. 하나금융은 이를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했다.

한동훈 장관은 지금 판정 무효 승산이 충분하다고 말할 때가 아니다. 패소 사유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익을 본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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